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중국

속보

더보기

[붉은 수수밭] 십팔리고개 순종인간들의 삶의 연가

기사입력 : 2015년08월07일 11:27

최종수정 : 2016년02월03일 17:52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영화 ‘홍가오량(紅高粱, 붉은 수수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붉은 색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부의 옷차림과 가마, 수수밭에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을 비롯해 천지가 온통 붉은 색이다. 심지어 본래 투명한 빛깔의 술인 백주(고량주)마저 붉은 술(적주)로 묘사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붉은 색에 대해 '액운을 내쫒고 복과 재물을 불러오는 상서로운 색깔'이라고 여겼다.  현대 중국에서도 붉은 색은 공산 혁명을 상징하며 국기 색깔도 빨간 색이다. 영화에서 붉은 색은 광막한 수수밭과 어울려 마음껏 원시적 건강성을 발산한다. 

장이머우와 궁리 콤비의 비교적 초기 작품인 이 영화는 1930년대 항일전쟁시기 산동성 가오미(高密)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때는 아직 봉건사회의 풍습이 강하게 남아있던 시대다. 장이머우 감독은 아마 ‘붉은 색’ 이미지를 내세워  봉건사회로 부터의 해방, 항일전쟁과 공산 혁명의 승리를 표현하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1988년 제 38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출품돼 중국 영화사상 최초로 골든베어상을 수상했다. 당시 서방 영화계에서는 이 영화의 예술성 등에 대해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인공 위잔아오(내레이터 할아버지 장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시적 야성과 격정을 지닌 인물이다.  소문난 가마꾼인 그는 십팔리 마을 양조장 주인 리씨에게 강제로 시집오는 쥬얼 (내레이터 할머니 공리)의 가마를 메면서 그녀와 연분을 맺게 된다. 곧이어 리씨는 누군가(아마 위잔아오)에 의해 사망하지만 마을사람 누구도 이 일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위잔아오는 쥬얼을 향해 ‘왕첸저우(앞을 향해 나가라)’ , 주저하지도 뒤돌아보지도 말고 굳굳이  앞을 향해 나가라고 노래한다.  고래고래 술 주정하는 듯 한 위잔아오의 이 노래는 마치 억압됐던 어떤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 처럼 구성지게 울려 퍼진다. 

‘붉은 수수로 빚은 술을 함께 마시자’는 대목은 교배주(신랑신부가 마시는 합환주)를 들자는 의미로 내가 너를 신부로 취하겠다는 러브 콜의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신부 쥬얼의 아버지는 이를 불순하고 고약한 노래라고 꾸짖는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는 한 필의 노새를 받고 딸자식을 강제로 원치않는 곳에 시집보내는 악습을 규탄하고, 쥬얼에게  자유와 해방을 쟁취하라는 선의의 꼬득임이다. 위잔아오는 뜻한 대로 망망하게 펼쳐지는 대자연의 붉은수수밭 한가운데서 쥬얼과 정사를 치른다.  

영화의 주 무대인 십팔리 고개 양조장의 원주인 리씨가 죽고 새로 주인(장궤이)이 된 쥬얼과 일꾼들이 붉은 고량주로 소독 청소를 하는 것은 봉건 잔재를 지워버리고 새날을 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화는 리씨를 죽인 살인행위보다는 매혼(혼인이라기 보다는 돈으로 여자를 사는 행위)이라는 봉건적 악습의 폐해를 더 강조했다고 볼수 있다.  

영화 붉은수수밭에는 중국이 봉건시대를 뒤로 하고 항일 및 국공내전을 거쳐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간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볼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 시기로 부터 대략 10여년후인 1949년 10월 공산당의 인민해방군이 국민당을 몰아내고 신중국, 즉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다.  흥미롭게도 영화 주제가속의 왕첸저우(앞으로 나가라)라는 귀절 처럼 중국 국가(의용군 행진곡)에도 ‘첸진(앞으로 전진하다)’라는 말이 핵심 주제어로 등장한다.  

잠깐이니마 평화롭던 십팔리고개 양조장 마을 붉은수수밭에 돌연 트럭 등으로 중무장한 일본군대가 들이닥친다. 양조장을 떠나 항일열사로 활동하던 루오한은 일본군에 잡혀 죽임을 당한다.  쥬얼은  위잔아오와 모든 양조장 사람들을 격동시켜 붉은 수수밭을 침략한 왜놈들과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선다.  전쟁터로 음식을 나르던 쥬얼은 일본군의 총탄에 비운의 최후를 맞는다.   

 ‘엄마, 근심 걱정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말 타고 편안히 극락으로 가요’  쥬얼의 아홉살짜리 아들은 구슬픈 가락으로 쥬얼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봉건 구습과 참혹한 전쟁의 세상을 살다간 엄마에게 이제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으로 임하라는 염원이다.  아이의 이 노래는 십팔리고개 마을 붉은수수밭을 매개로 살아남은 자와 저승으로 떠난 사람 모두가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될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