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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수밭] 십팔리고개 순종인간들의 삶의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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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영화 ‘홍가오량(紅高粱, 붉은 수수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붉은 색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부의 옷차림과 가마, 수수밭에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을 비롯해 천지가 온통 붉은 색이다. 심지어 본래 투명한 빛깔의 술인 백주(고량주)마저 붉은 술(적주)로 묘사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붉은 색에 대해 '액운을 내쫒고 복과 재물을 불러오는 상서로운 색깔'이라고 여겼다.  현대 중국에서도 붉은 색은 공산 혁명을 상징하며 국기 색깔도 빨간 색이다. 영화에서 붉은 색은 광막한 수수밭과 어울려 마음껏 원시적 건강성을 발산한다. 

장이머우와 궁리 콤비의 비교적 초기 작품인 이 영화는 1930년대 항일전쟁시기 산동성 가오미(高密)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때는 아직 봉건사회의 풍습이 강하게 남아있던 시대다. 장이머우 감독은 아마 ‘붉은 색’ 이미지를 내세워  봉건사회로 부터의 해방, 항일전쟁과 공산 혁명의 승리를 표현하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1988년 제 38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출품돼 중국 영화사상 최초로 골든베어상을 수상했다. 당시 서방 영화계에서는 이 영화의 예술성 등에 대해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인공 위잔아오(내레이터 할아버지 장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시적 야성과 격정을 지닌 인물이다.  소문난 가마꾼인 그는 십팔리 마을 양조장 주인 리씨에게 강제로 시집오는 쥬얼 (내레이터 할머니 공리)의 가마를 메면서 그녀와 연분을 맺게 된다. 곧이어 리씨는 누군가(아마 위잔아오)에 의해 사망하지만 마을사람 누구도 이 일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위잔아오는 쥬얼을 향해 ‘왕첸저우(앞을 향해 나가라)’ , 주저하지도 뒤돌아보지도 말고 굳굳이  앞을 향해 나가라고 노래한다.  고래고래 술 주정하는 듯 한 위잔아오의 이 노래는 마치 억압됐던 어떤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 처럼 구성지게 울려 퍼진다. 

‘붉은 수수로 빚은 술을 함께 마시자’는 대목은 교배주(신랑신부가 마시는 합환주)를 들자는 의미로 내가 너를 신부로 취하겠다는 러브 콜의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신부 쥬얼의 아버지는 이를 불순하고 고약한 노래라고 꾸짖는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는 한 필의 노새를 받고 딸자식을 강제로 원치않는 곳에 시집보내는 악습을 규탄하고, 쥬얼에게  자유와 해방을 쟁취하라는 선의의 꼬득임이다. 위잔아오는 뜻한 대로 망망하게 펼쳐지는 대자연의 붉은수수밭 한가운데서 쥬얼과 정사를 치른다.  

영화의 주 무대인 십팔리 고개 양조장의 원주인 리씨가 죽고 새로 주인(장궤이)이 된 쥬얼과 일꾼들이 붉은 고량주로 소독 청소를 하는 것은 봉건 잔재를 지워버리고 새날을 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화는 리씨를 죽인 살인행위보다는 매혼(혼인이라기 보다는 돈으로 여자를 사는 행위)이라는 봉건적 악습의 폐해를 더 강조했다고 볼수 있다.  

영화 붉은수수밭에는 중국이 봉건시대를 뒤로 하고 항일 및 국공내전을 거쳐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간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볼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 시기로 부터 대략 10여년후인 1949년 10월 공산당의 인민해방군이 국민당을 몰아내고 신중국, 즉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다.  흥미롭게도 영화 주제가속의 왕첸저우(앞으로 나가라)라는 귀절 처럼 중국 국가(의용군 행진곡)에도 ‘첸진(앞으로 전진하다)’라는 말이 핵심 주제어로 등장한다.  

잠깐이니마 평화롭던 십팔리고개 양조장 마을 붉은수수밭에 돌연 트럭 등으로 중무장한 일본군대가 들이닥친다. 양조장을 떠나 항일열사로 활동하던 루오한은 일본군에 잡혀 죽임을 당한다.  쥬얼은  위잔아오와 모든 양조장 사람들을 격동시켜 붉은 수수밭을 침략한 왜놈들과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선다.  전쟁터로 음식을 나르던 쥬얼은 일본군의 총탄에 비운의 최후를 맞는다.   

 ‘엄마, 근심 걱정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말 타고 편안히 극락으로 가요’  쥬얼의 아홉살짜리 아들은 구슬픈 가락으로 쥬얼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봉건 구습과 참혹한 전쟁의 세상을 살다간 엄마에게 이제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으로 임하라는 염원이다.  아이의 이 노래는 십팔리고개 마을 붉은수수밭을 매개로 살아남은 자와 저승으로 떠난 사람 모두가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될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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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 왜?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환율 흐름이다. 그러나 올해 외환시장은 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엔화는 여전히 1달러=155엔 부근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엔화의 코넌드럼(수수께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경제 구조' 상황이 이러하자 시장의 시선은 금리에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상수지는 27조60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9조3000억엔)에 이어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약 5조엔이 일본 국내로 환류되며 엔화 매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엔화에 불리한 흐름이 뚜렷하다. 무역수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10월까지 1조5000억엔 적자다. 원유·자원 수입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서비스수지다. 일본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안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디지털 수지는 5조60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방일 관광객 증가로 여행수지가 5조4000억엔 흑자를 내며 간신히 이를 상쇄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적자가 2035년에는 18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액(약 10조엔)을 훌쩍 넘는 규모다. 클라우드, 동영상 스트리밍, 생성형 AI 등 핵심 디지털 서비스가 해외 기업에 장악된 상황에서, 여행수지 흑자로 이를 계속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교토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교토 시내의 공원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ISA와 재정 확장이 초래한 엔화 매도 일본 정부가 추진한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역시 의도치 않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개편 이후 해외 투자신탁 매수에 따른 자금 유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에 따르면 신 NISA 도입 이후 해외 펀드 투자로 월평균 약 6900억엔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8조엔 규모의 엔화 매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NISA 계좌 수가 현재 2700만개에서 40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5~10년 동안 매년 10조엔 안팎의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정책에 대한 불안도 겹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남아 있다. 일본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최근 약 2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예산 역시 '재정 팽창'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한다. 외국계 금융권에서는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연결되더라도 1~2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며, 그동안은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저 지속,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채널은 엔/원 환율이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유지하면, 원화가 달러 대비 일정 수준에서 움직이더라도 엔/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원화 강세)하기 쉽다. 이는 수출 경쟁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소재 산업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엔저가 지속될수록 한국 수출기업은 원가 절감이나 기술 경쟁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 물가 측면에서는 일부 완충 효과도 있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중간재·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국의 대일 수입 구조가 완제품보다는 핵심 소재·부품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효과가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엔/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가 저금리 통화이자 조달 통화로 다시 활용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원화 등 아시아 통화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구조적 엔저 인식이 굳어질 경우,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동조화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4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도 미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코넌드럼'이라 불렀다. 결과적으로 저금리는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의 엔화 역시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리차라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더 이상 환율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구조적 경상수지 변화, 디지털 적자, 자본 유출, 재정 신뢰까지 얽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2025-12-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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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자택·사무실·차량기록 전방위 압색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의혹사건' 과 관련해, 차량출입기록 확인 등을 위해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의원의 서울 성동구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돌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2023년 3월 17일이 적힌 편지엔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가방이 2023년 3월 8일 김 의원의 당선 직후 건네진 대가성 선물이라고 보고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 여사 측이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으나 당시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을 지지했고, 이씨가 답례로 가방을 건넸다는 특검팀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가방 구매 대금이 김 의원에게서 빠져나갔을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김 여사 측에 대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내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이라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민주당 하청으로 전락한 민중기 특검의 무도함을 여러분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노수 특별검사보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2025-12-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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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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