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과과정, 체험 통해 습득…‘사교육’ 변질 우려도 존재
[뉴스핌=김기락 기자] “번쩍번쩍” “지이잉”
LED 전구에 빛이 나자,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톱만한 진동 단자가 춤을 추듯 떨리니,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소프트웨어(SW) 교육을 받은 초등학생들의 첫 반응이다.
SW교육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해 취임 후 도입했다. SW 조기교육을 창조경제의 초석으로 만들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SW 인재 육성이 진정한 정보통신(IT)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SW워크숍에서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리틀비츠’ 교육이 한창이었다. 리틀비츠는 ‘연결’을 통해 전자회로를 다양하게 구성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전지에 스위치를 부착하면 입력장치가 된다. 또 스위치 옆에 전구 및 스피커를 연결하면 출력장치가 되는 것이다. 리틀비츠는 자석이 달린 블록형으로 구성된 만큼, 연결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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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비츠 구성품은 전원, 스위치 등 입력장치, LED 전구 등의 출력장치로 구성됐다<사진 = 김기락 기자> |
아이들은 조립을 통해 전기가 빛을 내거나,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과거 교과서의 전기회로도를 보면서 전자이론을 공부한 것과 내용은 같지만 체험을 통한 습득 시간은 수초에 불과한 것이다.
서울 신기초등학교 3학년 이찬 학생은 “조립식으로 살아있는 공작기계를 만들 수 있는 리틀비츠 체험을 해보니 평소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면서 재미를 붙였던 때가 생각났다”면서 “전자회로에 대해 잘 몰랐는데, 리틀비츠는 조립부터 제작까지 뚝딱뚝딱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쉽게 물건을 만들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만족해 했다.
과천과학관 관계자는 “리틀비츠 교육은 시범 단계인데, SW 정규 교육 과정으로 도입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은 SW교육 중 기초 단계로, 초등 고학년 및 중학생부터는 인터넷 서비스와 연결하는 등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미래부는 초·중등 SW교육 필수화 추진에 따라 학교 내 SW교육 기반구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SW교육 선도학교’를 지정,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초등학교 53개, 중학교 90개, 고등학교 17개 등 총 160개교가 선정됐다. 교사 역량 강화(전문인력 활용 지원 포함), SW교육 교재 개발·보급, 교육인프라 등을 일괄 지원한다. SW교육은 2018년부터 정규 교과목이 된다.
민간에서 SW교육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SW교육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중·고교생 1만명을 대상으로 올해 ‘2015 주니어 SW 아카데미’를 시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세종시 연동초교 학생을 대상으로 매주1회 스마트러닝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SW교육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필요하지만 정작 SW교육을 위한 교사가 적은 점은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과천과학관 관계자는 “SW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 및 강사가 부족하다”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또 정부의 SW교육이 강남 일대에 사교육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대치동 등 강남 일부 지역에서 과학 영재 교육 학원들이 생겨나고 있어 SW교육이 자칫 사교육 열풍으로 변질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본 리틀비츠와 유사한 수십만원대 교재가 ‘교육용’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국내 수입, 판매되고 있다. 창의력을 높여준다는 말에 고가의 교재를 구입한 아이 엄마들은 아이들이 한 두번 해보고 안 쓴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가 끝나면 SW교육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현 정부가 SW교육에 미래를 걸었다면, 지속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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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SW워크숍에서 리틀비츠로 SW교육을 받고 있다<사진제공 = 미래부> |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