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선 본인 확인 절차 무용지물
[뉴스핌=한태희 기자] "지난해 후반부터 청약통장을 빌려주는 댓가로 돈을 주겠다는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청약가점이 비교적 높은 사람의 통장은 청약에 당첨되면 300만원을 준다면서요. 10년전 분양 활황기 때 금액보다는 차이가 나겠지만 문의 자체가 없었던 2~3년 전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무주택 기간이 15년이며 부양 가족이 있는 30대 청약 1순위자의 이야기다.
주택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자 청약통장 음성거래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청약 1순위 가입기간이 1년으로 줄며 청약통장 가치가 떨어진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정부가 청약통장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해 단속하고 있지만 잡아내기가 어려워서다. 주택 청약이 대부분 인터넷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청약통장을 불법으로 대여해 주택청약에 나서는 투기세력이 늘고 있다.
한 중개법인 관계자는 "위례신도시나 마곡지구처럼 분양 주택의 투자가치가 높은 곳에서 분양되는 물량은 통장을 대여해 청약에 나서는 세력들이 꽤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통장을 대여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이들은 청약가점이 높은 통장 가입자에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약가점이 비교적 높은 15년 이상 무주택자며 부양가족이 1명인 30대 청약 1순위자의 통장은 3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무주택 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길고 부양가족도 많으면 청약통장은 보다 높은 가격에 빌려줄 수 있다.
한 30대 청약 1순위인 무주택자는 "광고지를 보고 연락하자 청약통장 매입업자가 300만원을 불렀다"며 "이 업자는 통장 가입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은 1순위자의 통장을 가져오면 (웃돈을)더 주겠다더라"고 말했다.
청약통장 매수자는 이 통장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웃돈을 얹어 분양권을 되판다. 그렇지 않은 경우 청약통장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청약통장 불법거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가 청약통장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 있지만 인터넷 상에서 청약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단속이 힙들다. 사진은 청약통장 불법거래 전단지 / <사진=한태희 기자> |
그런데도 청약통장이 버젓이 거래되는 것은 불법거래를 잡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 청약은 대부분 금융결제원 주택청약 인터넷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한다. 과거엔 청약통장 소유자가 현장에서 청약했으나 지금은 온라인으로 대체된 것. 본인 확인 절차가 있지만 통장을 판 1순위자가 공인인증과 같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쉽게 청약을 할 수 있다.
청약통장 불법거래 적발건수도 현저히 낮다. 지난 2012년 4월 이후 최근 2년 동안 단속 건수는 7건에 불과하다.
청약통장 거래 알선 광고를 내기만 해도 처벌을 받지만 적발건수는 2건에 불과하다. 광고를 보고 전화하면 매입업자는 단번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 대신 몇 분 후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어서 전화했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이쪽에서 용건을 먼저 꺼내기를 기다리는 것.
서울 성북구청 관계자는 "전단지나 광고물이 보이면 수거하는 정도지 실제로 단속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