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자본통제·차용증서 대안…모두 부정적"
[뉴스핌=김성수 기자]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그렉시트·Grexit)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가 오는 9일까지 4억5800만유로의 채무를 값기로 했지만 남아있는 빚이 산더미라는 것이다.
그리스는 오는 14일 국체 채권단에 4억2000만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고 다음달엔 국제통화기금(IMF)에 두 번에 걸쳐 9억500만유로를 갚아야 한다.
문제는 현재 현금이 고갈되고 있는 그리스가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그리스가 쓸 수 있는 두 가지 카드로 ▲자본 통제(Capital controls)와 ▲차용증(IOU) 발행을 제시했다.
◆ 그리스, 자본통제 나서나
우선 자본통제는 금융거래를 제한해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와 해외 자본유출을 막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유럽연합(EU)의 기본원칙 중 하나인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어긋난다.
![]()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출처=AP/뉴시스> |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의 군트람 울프 소장은 "그리스 정부는 ECB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조치에서 제한을 받고 있다"며 "그리스를 완전한 독립국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낼 경우 자본통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서 뱅크런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며 "그리스 정부는 결국 자본통제에 나서고 은행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차용증서(IOU) 발행 가능성도
다른 방법으로는 그리스가 ECB와 IMF에 채무를 상환하면서도 국내 채무에 대해서는 차용증서(IOU)를 발행하는 것이다. 차용증서는 비공식 채무확인서다.
에릭 닐센 유니크레디트 뱅킹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2009년 차용증서를 발행해 재정위기를 면한 적이 있다"며 "차용증서는 그렉시트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IOU 발행이 그리스 공무원이나 정부 조달업체들의 협조를 얼마나 이끌어낼지가 불명확하다. 영국 로펌 앨런 앤 오버리의 야니스 마누일리데스 파트너는 "IOU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정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U법에서 법정화폐로 유로화만 인정하는 것도 IOU 시행에 제약 조건이다. 그리스가 IOU를 발행한 후 다시 세금으로 이를 회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재로선 전문가들 반응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닐센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IOU가 길거리에서 액면가 1유로당 10센트에 거래되면 공무원들은 일을 그만둘 것"이라며 "그리스가 새 화폐를 발행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