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전환대출, 운용 기준 없어 "금융당국 무원칙 정책 추진 하나"
[뉴스핌=노희준 기자] KDB산업은행판 안심전환대출인 '주택전환대출'이 금융당국의 안심전환대출과 달리 마감 기한이나 한도, 저소득층 우선 지원 원칙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어 논란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전환대출은 지난 24일 출시돼 안심전환대출 1차분 마감일인 27일까지 100건으로 150억원이 팔려나갔다. 산업은행이 내놓은 주택전환대출은 금리와 대출채권 관리방식을 제외하고는 적용대상 등 모든 조건이 안심전환대출과 똑같은 상품이다.
주된 차이점이라면 안심전환대출이 주택금융공사가 기존 은행권 주담대대출 채권을 받아와 이를 유동화한 후 주택담보부증권(MBS)를 은행에 넘기지만, 주택전환대출은 대출채권을 그대로 산은에서 모두 보유한다는 점뿐이다. 산은은 주금공 적격대출을 취급하지 않아 다른 16개 은행이 사용하는 주금공 인프라를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전환대출에는 한도도 판매 기한도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정부에서 정한 안심전환대출 2차분 판매 완료 시기를 봐가며 마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며 "판매 한도도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안심전환대출과 대조되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안심전환대출과 달리 주택전환대출은 열기가 뜨겁지 않아 별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주택전환대출 대상이 되는 대출이 최고 3300억원 가량이고 이 중 절반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초기 대출이 나가는 속도를 보면 감당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 중 주택전환대출로 전환가능한 3300억원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1차분 20조원의 안심전환대출이 전국 16개은행에서 소화된 물량만 따지더라도 은행 한 곳당 약 1조2500억원이었기 때문에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기한이나 한도 기준 자체가 없다보니 주택전환대출에는 안심전환대출 2차분에 적용되는 '저소득층 우선 배정'이라는 기준 자체도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별도의 자금지원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대출자금 운용은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의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주택가격 기준으로 '저소득층 우선 배정'이라는 원칙을 강구한 것은 창구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안심전환대출이 고소득층에 대해 지원되고 있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기준에서 보면 산업은행의 주택전환대출은 비록 전환대출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무차별적인 지원이 되는 셈이다. 애초 기준만 충족하면 신청하는 대로 그대로 승인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이미 나간 주택전환대출에 대한 미시적 분석도 하지 않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주택전환대출이 안심대출에서 산업은행이 빠지는 대신에 그에 병행하는 것으로 취급한다고 하면, 안심전환대출처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했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의 원칙 없는 정책 추진 중의 한 가지"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