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 전세계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각 대륙에 설립될 AIIB 사무처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호주∙네덜란드∙그루지아∙덴마크까지 AIIB 가입을 선언하면서 지난 28일 기준 AIIB 회원국은 42개로 늘어난 상황.
이 중 폴 슈타인 메츠(Paul Steinmetz) 룩셈부르크 주중 대사는 최근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최종 결정권은 집행위원회에 있지만 룩셈부르크는 AIIB의 유럽 혹은 유로존 사무처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기준 룩셈부르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11만700달러로 영국 런던금융특구(City of London)와 함께 글로벌 최대의 금융허브 중 하나로 손 꼽힌다.
영국 또한 유럽 사무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앞서 “중국은 아직 AIIB 유럽 사무처를 어디에 설립할 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런던(영국)과 프랑크푸르트(독일)∙룩셈부르크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룩셈부르크와 런던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룩셈부르크 재정부 소식통은 “사실 룩셈부르크가 3월 11일 AIIB 가입 신청서를 전달, 서방국 중 가장 먼저 AIIB 가입 의사를 밝혔다”며 “2주간의 심사기간 동안 비밀유지 원칙을 지키다가 공식 가입 선언이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제일재경일보는 전했다.
룩셈부르크의 우위에 대해 폴 슈타인 메츠 주중 대사는 “룩셈부르크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적극적 회원국으로서 태국 방곡에 위치한 역내 연락처 주임이 룩셈부르크 출신이고, 유럽투자은행(EIB) 또한 룩셈부르크에 있다”고 소개하며 “룩셈부르크가 가진 전문지식을 중국과 공유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위성 사업자 SES사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도 룩셈부르크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SES는 룩셈부르크 민간 위성 운영업체로, 아시아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다자간 통신 및 미디어 연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영국과 룩셈부르크 등이 AIIB 사무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AIIB가 이들 국가의 역외 위안화 허브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人民)대학교 중양(重陽)금융연구원 연구원 류잉(劉英)은 “영국이 미국의 동의를 얻지 않고 AIIB 가입을 선언한 것은 영국이 가진 글로벌 금융지위, 특히 런던금융특구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 국채 발행과 관련해 영국은 G7 국가 중 가장 먼저 중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런던 역시 위안화 결제 및 역외 허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국제 금융허브로서의 지위 강화와 중국 및 위안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