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펑리창(彭立強) 연구원, 류샤오멍(劉瀟萌) 연구원,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 사무소 소장. |
중국 다수 언론은 26일 우리 정부가 예정창립회원으로 AIIB에 참여할 것을 결정하고, 이를 27일 서한으로 중국에 통보하기까지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등 한국의 결정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재정부 역시 공식 사이트를 통해 "한국측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중국은 AIIB 수석 협상대표회의 의장국으로서 다자 프로세스에 따라 현재 회원국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순조롭게 통과되면 한국은 다음 달 11일 AIIB의 정식회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부터 중국에서는 한국이 결국 AIIB에 가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중국 AIIB 설립 사무국의 홈페이지에는 한 때 한국이 창립회원국 의향을 밝힌 나라로 표시됐다가 삭제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경제분야 유력 포털인 턴센트(騰訊) 재경은 지난 17일 “AIIB 설립준비 사무국이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창립 의향 회원국 국기를 게재하면서 아직 가입여부가 불투명한 한국을 포함시켰다”며 “(턴센트 측이) AIIB 사무국에 대해 아직 가입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국이 창립 멤버 희망국 리스트에 포함된 연유를 묻자 사무국 관계자는 ′정황과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턴센트는 그러면서 AIIB 사무국이 턴센트 재경 기자의 확인 취재 이후 수분 만에 창립 멤버국 리스트가 게재됐던 사이트를 일시 폐쇄했다고 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제시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 구체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거대한 투자공간이 기대되는 만큼 한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기구격인 AIIB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국가발전 및 개혁위원회 국제협력센터 자문 연구원이자 궈관즈쿠 연구원인 펑리창(彭立強)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의 AIIB 가입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AIIB 설립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과거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에서 벗어나 신형 협력관계를 구축할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그로 인한 혜택을 기대한다면 AIIB에 가입하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협의적으로 보면 일대일로가 중국 서부지역과 동남아∙중앙아시아만을 포함하지만, 광의적으로는 남미와 북아프리카를 넘어 글로벌 전체를 포괄하는 전략으로서 한국 등 동부 주변국가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고, 경제적 실리와 함께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제적 위상 높이기 위해서는 AIIB 가입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펑리창은 “일대일로가 전세계적인 대세가 될 것이고, AIIB가 일대일로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통로인 만큼 한국이 이번에 현명한 결정을 내린것이라고 밝혔다.
궈관즈쿠의 또 다른 연구원 류샤오멍(劉瀟萌) 역시 “한국 경제가 이미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고 장기적 경제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대일로가 갖는 가치를 고려할 때 한국의 AIIB 가입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로서 AIIB 가입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류샤오멍은 “대외의존도가 높고 경제환경이 상당히 성숙했으며 주민소득이 높다는 게 한국 경제의 특징이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내수를 촉진한다고 해도 자체 볼륨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경제의 추가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리커창 총리가 강조한 일대일로 6대 중점 분야, 즉 교통∙에너지∙기술∙산업∙통상무역∙생태(환경)에서 한국이 가진 우위를 적극 발휘하기 위해 AIIB를 통로 삼아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샤오멍은 또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통신∙전자∙인프라 등 분야에서 보유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특히 서부지역과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의 인프라 건설에서 한국이 입지를 강화하는 데 AIIB 가입이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 사무소장 역시 중국 전문가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 소장은 뉴스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AIIB를 이야기할 때는 일대일로를 빼놓을 수 없고, 일대일로가 사실상 동남아와 중국 서부지역이 중심이 되는 전략인 점을 감안할 때 이를 한반도 발전과 연계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소장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발전을 고려할 때 AIIB 가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특히 한반도와 몽골∙러시아 지역 개발을 위한 광역두만강개발계획(GIT)에 AIIB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AIIB의 직접적 투자를 유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으나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투자는 유치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
이와 함께 중국을 비롯해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국가와 자원 및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때 AIIB를 자금 지원 창구로 활용하는 것과 한중 FTA를 기반으로 한중 협력단지 설립을 하는 방안도 언급되었다.
양 소장은 “한국이 창설멤버인 국제금융기구로는 AIIB가 유일하다”며 “동아시아지역, 나아가 국제금융기구에서의 영향력과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IB 가입은 환영할만한 조치”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