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이슈', 자회사 편입 발표 이후엔 '차익거래'
[뉴스핌=김양섭 기자] 3월 들어 기관투자자들의 종목 매수세가 SK브로드밴에 집중됐다. SK텔레콤에 흡수합병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이번 달 10일부터 지속적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최근 SK텔레콤 측은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회사 편입안 발표 뒤 SK브로드밴드의 주가는 급락했지만, 기관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매수세를 이어가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이 달 들어(3월2월~29일) SK브로드밴드 주식 960만주를 순매수했다. 금액 기준으로 463억원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3월 기관 매수 종목 중 1위다. 2위인 CJ E&M(320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많은 규모다.
기관이 이처럼 적극적인 매수를 보인 배경엔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것이라는 전망 속에 이 달초부터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에 흡수합병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들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SK브로드밴드의 주가가 9% 올랐던 지난 13일 기관은 165만주의 순매수를 보였다. 하루 순매수 규모로는 수년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이후 기관은 매수 규모를 다소 줄이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갔다. 당시 증권가에선 지배구조의 효율성 차원에서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에 합병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분위기였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SK텔레콤측은 13일 합병설에 대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기업지배구조 개편 관련 사항은 시너지 제고 차원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인데, 현재 내부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만 전했다.
자회사 편입안 발표전 하나대투증권은 SK브로드밴드에 대한 분석보고서에서 "SKT/SKB 간 시가 총액 격차가 확대되어 SKT 입장에서 소규모 합병이 가능해졌고, 정부 규제 상황이 과거대비 개선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SKT-SKB가 합병할 경우 현 시점이 가장 유력하다"는 내용의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투자와 업계에서 합병 관측이 지속된 가운데, SK텔레콤은 20일 SK브로밴드를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증권가에서 내놓은 관측과 크게 엇갈린 것은 아니었다.
합병이 아닌 완전 자회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 흡수합병이 아닌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두는 이유는 무선에서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유선의 상품을 직접 갖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업계의 견제와 규제 압박을 피해보고자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SK브로드밴드 최근 1년 주가추이 및 매매동향 |
자회사 편입 발표 전후 주가는 요동쳤다. 20일 당일 주가는 상승 1%에서 상승 12%까지 범위에서 움직이는 등 변동폭이 커졌고, 다음 날엔 주가가 11% 급락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교환비율이 SK브로드밴드에 불리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텔렘 대 SK브로드밴드의 교환비율은 1:0.0168936이다. 19일 기산일 기준으로 산정한 SK브로드밴드의 주식매수청구가격은 4645원으로 당일 종가인 5360원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다.
이런 이유로 SK브로드밴드의 주가가 급락했는데도, 기관은 매수세를 더 늘렸다. 23일 기관은 229만주를 순매수했고, 외국인도 같은 날 145만주를 사들이면서 이례적인 큰 폭의 매수세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가 소폭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기관은 꾸준한 순매수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교환비율이 공시된 이후 거래는 단순한 '차익거래'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익명을 요구한 A애널리스트는 "교환비율 공시 이후 한 번 충격이 나온 후에는 비율대로 주가가 연동되어야 논리에 맞는 것인데, 여기서 갭(gap, 주가 차이)이 생기면 여지없이 차익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종목의 주가를 비교해 '오른 주식은 팔고 내린 주식은 사는' 형태의 '롱숏'거래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회사 편입이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가정하면 SK브로드밴드나 SK텔레콤 주식을 사는 건 같은 매매행위"라면서 "다만 가격의 차이를 이용한 스마트 머니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5일부터는 두 회사의 주가가 사실상 연동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주식교환은 소규모 교환절차에 따라 SK텔레콤은 주주총회의 승인을 이사회의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는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관련절차가 진행되면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며, 주식이 교환되는 6월 9일자로 상장 폐지를 신청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