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 외에도 자회사 10여개...“합병 계획 없다”
[뉴스핌=김기락 기자]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표면적으론 유무선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 미디어 사업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시장에서는 합병을 위한 사전 조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양사는 20일 이사회에서 각각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SK브로드밴드의 SK텔레콤 완전 자회사 편입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자사주를 SK브로드밴드 주주들의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잔여 지분을 전량 취득해 SK브로드밴드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주식 교환은 오는 5월 6일 SK텔레콤 이사회와 SK브로드밴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승인 뒤 6월 9일 주식 교환이 마무리되며, SK브로드밴드는 같은 달 30일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양사는 유·무선·미디어를 아우르는 새로운 상품·서비스 개발 등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통신 경쟁 패러다임을 ‘고객가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유·무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SK텔레콤은 지난 2008년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SK텔레콤이 무선 상품을, SK브로드밴드는 IPTV(인터넷TV)와 초고속 인터넷을 각각 판매해왔다.
하지만 경쟁사인 KT는 KTF와 합병했고, LG텔레콤은 LG데이콤과 LG파워콤을 합병했다. 이를 통해 유무선 시너지 효과를 본격화했다. 단적으로 최근 KT가 자회사인 KT미디어허브를 인수합병한 점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미 시장에서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설이 제기돼왔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지난해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시장 환경이 급속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회사로 SK브로드밴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특히 SK텔레콤이 SK그룹의 캐시카우인 만큼, SK그룹 입장에서도 SK텔레콤의 유무선 등 ICT 경쟁력을 높여야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합병에 대해 “합병 계획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SK텔레콤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SK플래닛처럼 자회사를 두고 있다는 입장. 회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은 SK플래닛 외에도 고객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서비스에이스, 서비스탑, 기지국 유지보수업체인 네트웍오앤에스 등 10여개의 100%자회사를 두고 있다”면서 합병 계획을 거듭 부인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합병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간 시가 총액 격차가 확대돼 SK텔레콤으로선 소규모 합병이 가능해졌다”면서 “정부 규제 상황이 과거보다 개선된 점에 비춰 합병한다면 현 시점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경쟁 통신사 관계자는 “100% 합병 수순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