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국 위상 반영해야… 미·일 참여시 입지 좁아져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 회원국 모집이 이달 말로 마감된다. 우리나라도 가입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진행중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현재 공식 입장은 '검토중'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가입 초읽기 단계로 보고 있다. 이달 중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추가 논의를 통해 6월경 정식 가입을 선언할 것으로 보고있다.
경제적 실리만 따지고 보면 벌써 가입의사를 밝혔어야 하나 동맹국인 미국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 선진국들이 대거 가입의사를 밝히면서 우리의 입지가 넓어졌다.
◆ 가입 선언 후 치열한 지배구조 협상 예고
전문가들은 가입한다하더라도 창립회원국 간 지분율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우리나라의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일단 가입 여부 자체에 대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며 중국과의 물밑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총재나 상임이사 등 조건부 가입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입을 선언하기 전 구체적인 약속을 얻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기구 전문가들은 AIIB의 지분율이 ▲경제력 ▲역내 참여국 프리미엄 ▲기여도 및 기타 요인 등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만큼 역내 참여국에 대한 프리미엄을 얼마나 줄 것인지도 관건이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3일 "AIB 지배구조 관련 '회원국의 경제력을 반영한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참가국 간 MOU를 체결한 후에 지배구조나 상임이사국 선정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분율보다 상임이사국 확보에 주력
(자료: ADB) |
또한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아시아개발은행(ADB)가 출범한 1966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는 점도 상임이사국 지위를 노려볼 만하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ADB의 경우 1966년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했지만, 지분율이 5.06%에 그치면서 단독으로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소수지분 6개국을 함게 대변하는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다른 회원국과 번갈아 맡고 있다(그래프 참조).
정부 다른 관계자는 "가입하게 된다면 일단 가입의사를 밝힌 후 출범 전까지 지배구조를 놓고 창립회원국 간 치열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일 참여 변수…지분 경쟁에 불리해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과 일본의 참여 여부다. 미국과 일본이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할 경우 우리나라의 의사결정은 쉬워지지만 이사국 확보는 오히려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특히 일본이 참여할 경우 역내국가에 프리미엄을 준다해도 우리나라의 지분만으로는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제기구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이 대거 참여할 경우 우리나라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호주의 경우 같은 역내국가로서 상임이사국 경쟁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 국제기구 관계자는 "중국도 아시아 주요국인 한국과 호주의 참여 여부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선진국의 참여가 우리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상임이사국 지위 확보 여부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