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들도 유로화 정리…미국·스위스·덴마크로 유입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유로화 약세를 타고 개인은 물론 대형 투자기관들까지 유로존 출구를 택하면서 자금 유출세가 대폭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AP/뉴시스] |
유럽중앙은행(ECB)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 자금 유출입 상황은 지난해 6월 ECB가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한 뒤로 순유출로 돌아선 뒤 작년 4분기 들어 순유출 규모는 1244억유로로 대폭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약세 베팅에 나선 투기세력뿐만 아니라 대형 투자기관들까지 유로화 자산을 정리하는 분위기로 유럽과 미국의 엇갈리는 통화정책 방향이 이 같은 자금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외환보유고에 유로화 비중을 높여 왔던 중국이나 중동 국가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외환보유고의 28% 정도를 차지했던 유로화는 지난해 3분기에는 비중이 22.6%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연기금운용 APG는 최근 수 개월 동안 해외 투자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APG 대변인은 "유로존 금리가 너무 낮고 유로화도 하락하다 보니 유로존이 아닌 영국이나 미국 (국채)로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며 "영국이나 미국 국채가 자본 보존(capital preservation)이나 수익률 차원에서 매력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을 떠난 자금이 스위스와 덴마크, 미국 등으로 유입되면서 해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몰려든 자금 때문에 크로네화 강세가 나타내자 올 들어 금리를 네 차례 인하했으며, 스위스 역시 스위스프랑 가치가 한 때 하루 만에 40% 넘게 치솟으면서 지난 1월 환율 하한선을 폐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도 유럽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달러 강세가 가속화한 데 이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채가 랠리를 연출했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채에 대한 투자 규모를 3743억달러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채 매수 행렬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대규모 자금 유출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이 같은 자금 썰물 때문에 오는 2017년 말까지 유로화 가치가 달러 대비 85센트까지 밀릴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유로화 가치는 이달 초 1.0458달러까지 밀리며 12년래 최저치를 찍은 뒤 한국시간 기준으로 23일 오후 2시39분 현재는 1.0810/13달러에 호가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