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논란'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이어 'IMF 경제수장' 출신 후보 올려
[뉴스핌=강필성 기자] 농심이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농심은 알츠하이머 논란을 빚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을 사외이사 후보 선임했다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후보추천을 취소한 바 있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사진=뉴시스> |
농심 관계자는 “강 전 부총리의 금융과 경제의 해박한 지식을 조언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강 전 부총리의 과거 경력이다. 그는 1982년 재무부 장관, 1997년 재정경제원 장관 및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1997년은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고 불리는 외환위기가 일어났던 때로, 강 전 부총리는 이 외환위기의 중심에 서있던 인물인 셈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외환위기는 아직까지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주요 그룹이 부도를 냈고 30대 그룹의 절반가량이 이때 역사에서 사라졌다. 기업의 연쇄부도로 실업자만 100만명에 달했을 정도다.
국가적 비상사태였던 외환위기의 원인은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강 전 부총리의 정책 실패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재계서열 8위인 기아가 급격하게 부실화됐음에도 부도처리를 3개월 지연하며 국제 자본이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강 전 부총리가 IMF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까지 “위기는 없다”는 태도로 일관한 점도 외환위기 환란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결국 강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5월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물론 외환위기의 모든 책임을 강 전 부총리에게 물을 수는 없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가장 큰 책임과 권한을 갖던 경제수장이기도 했지만 직무유기 등에 의혹에 대해서는 2004년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는 정책 판단과 집행의 과오가 있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법리적 해석에 불과하다. 사법 판단과 별개로 그의 정책이 실패했고 외환위기가 찾아온 것은 분명한 사실. 현재까지 외환위기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
최근 농심의 사외이사 후보 선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지점이다. 농심은 스스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라 전 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취소한데 이어 실패한 정책으로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 강 전 부총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와 관련 농심 관계자는 “강 전 부총리는 능력을 인정받고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했던 인물로 비리나 도덕적인 흠결이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