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무역 늘면서 부적합 판정 등 부작용..마땅한 해결책 없어
[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중국 보따리상들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수입식품 검역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현지 중개업자들의 국내산 식품 수입 물량이 잇따라 부적합 판정을 받는 등 부작용이 커지는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빈발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식품기업들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어 롯데와 크라운 등 국내 식품대기업의 중국시장 공략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5일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조사한 359개 불합격 수입식품, 화장품 명단에서 원산지가 한국인 제품은 약 100종에 달한다. 전체의 30%가 국내 수출 제품으로 채워졌다는 이야기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일 이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면서 해당 제품을 반품, 전량 폐기토록 했다.
이 명단에는 국내 대표적인 제품이 다수 포함했다.
롯데제과의 ‘스카치아몬드’, ‘빼빼로’를 비롯해 크라운제과의 ‘마이쮸 포도맛’, ‘땅콩샌드’, 해태제과의 ‘아이비’, 오리온의 ‘다이제’ 등 제과제품은 물론 농심의 ‘신라면’, 오뚜기의 ‘3분 카레’, CJ제일제당의 ‘해찬들’ 등의 제품이 포함됐다. 그밖에 롯데칠성 ‘밀키스’, 대상 ‘홍초’ 등의 음료 제품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포장 규격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포장 규격 불합격’은 중국 현지 규제나 인쇄, 훼손 상태 뿐만 아니라 수증기 투과도 미달, 잔류 용매 기준 초과 등의 문제로 식품 변질, 식품 안전 문제가 제기될 때도 내려진다.
이번 명단 공개가 중국에 진출한 식품업체들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중국에서 한국 식품이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자칫 식품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제품을 유통한 것은 국내 식품업체가 아닌 현지 중개업자다. 소위 ‘보따리상’으로 통하는 이들은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정식 수출과 별개로 제품을 현지 구입 후 운송 판매한다.
공인 판매가 아닌 만큼 사후관리나 식품 검역 등의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아 문제가 생길 여지는 적지 않다. 당연히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들이 유통하는 제품에서 생기는 각종 하자에 대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정부 당국은 지난해 12월에 적발된 100여건의 불합격 식품 외에도 수차례 국산 제품의 폐기를 진행해왔다. 같은해 11월에는 남양유업, 동원F&B 등의 제품이 적발됐고 10월에도 빙그레, 해태제과 등의 제품이 반품, 폐기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2013년 제주도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 95톤이 세균기준치 초과로 반송됐을 때도 유통과정에는 ‘보따리상’의 비공식 수출이 등장한 바 있다. 다만 99건에 달하는 규모로 적발된 것은 지난해 12월이 유일하다.
이처럼 보따리상에 의한 부작용이 늘고 있지만, 국내 식품업체들은 속만 태우는 중이다. 소매점에서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보따리상이 덤핑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해 중국에서 판매하려고 들여오다가 문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운송 과정의 훼손이나 정식 수출품이 아닌 만큼 규격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조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공식 유통 라인을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제조사의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덤핑 물량을 반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추적하거나 막을 방법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보따리상 규제’는 중국 등 해외에서 반입되는 농산물에 초점을 맞출 뿐, 해외로 유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최근 한국 식품의 적발이 부쩍 늘어난 것이 한류를 견제를 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끼워맞추기 검열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적발된 제품을 보면 수 톤에 달하는 것도 있지만 불과 몇백 그람에 불과한 제품들도 있다”며 “현업 부서에서는 중국 당국에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