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실적 갈수록 호전..'오너리스크' 대한항공은 추락
[뉴스핌=정경환 기자] 한진그룹의 양대 항공사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실적 부진과 오너 리스크 등으로 침체 일로의 대한항공에 비해 저가항공 시장 성장 흐름을 탄 진에어는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가항공(LCC) 시장의 성장과 함께 진에어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영업이익이 72억원을 기록, 2013년 연간 영업이익 71억원을 이미 넘겼다.
진에어 관계자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아 구체적인 연간 실적은 밝히기 어렵다"며 "다만, 2014년 상반기에만 7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2008년 취항한 진에어는 초반 적자를 면치 못하다 2010년 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2011년 69억원, 2012년 145억원, 2013년 71억원의 영업이익을 보이며 꾸준히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 또한 2011년 1703억원에서 2012년 2475억원, 2013년에는 2833억원으로 늘며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2012년이 특히 좋았던 것으로, 2013년에는 역기저 효과가 발생했다"며 "항공업 특성 상 하반기가 성수기여서 올해 실적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저가항공 시장이 확대 일로에 있는데다, 진에어 자체적으로는 단거리 노선에 이어 중장거리 노선으로의 사업 확대도 추진 중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선의 여객 처리량 기준 저가항공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3월부터 대형항공사의 점유율을 넘어서고 있다. 2014년 12월 기준 54.7%의 점유율로 대형항공사 점유율보다 9.4%p 앞선 것. 국제선의 경우에도 저가항공사 점유율은 2014년 12월 기준 12.2%로 대형항공사 점유율 대비 1/4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저가항공사의 점유율은 27%"라며 "국내 저가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 역시 비슷한 수준까지 증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성장에 발맞춰 진에어의 사업영역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08년 7월 한 대의 항공기로 출발한 진에어는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현재 보유 항공기를 13대까지 늘렸다. 이 중 12대는 좌석 규모 180석 내외의 소형이며, 1대는 360석 규모의 중대형 항공기다. 이에 더해 올해에도 최대 6대(소형 4대, 중대형 2대)까지 더 들여올 계획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단거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중장거리 시장으로의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진에어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한진그룹의 주력 대한항공은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최근 실적 부진이 계속돼 온 것에 더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변되는 오너 리스크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2011년 45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낸 대한항공은 2012년 2286억원으로 반토막난 데 이어 2013년에는 급기야 196억원 적자로 떨어졌다. 2014년에 들어서도 상반기 고전을 면치 못하다 하반기 들어 유가가 하락하면서 그나마 연간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 벌어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추락은 갈 길 바쁜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국제선 승객은 1660만명으로 2013년 1664만6000명보다 4만6000명(0.3%)이 감소했다.
2012년 1698만7000명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8만7000명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한항공 국제선 시장 점유율도 30% 아래로 떨어졌다. 2014년 대한항공의 국제선 점유율은 29.2%를 기록, 2010년 38.5%에서 2013년,32.6%까지 줄곧 하락한 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30% 선이 무너졌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시장에서는 한진그룹 내에서의 대한항공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2013년 한진칼 출범 당시 진에어를 대한항공 자회사에서 한진칼 자회사로 옮긴 것부터 의미심장하다는 것이다.
현재 한진칼은 진에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대한항공 지분 30% 가량 갖고 있다. 조양호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약 26%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자회사로 그냥 둬도 되는데, 한진칼 직속으로 옮긴 셈이다"라며 "규모 면에서야 당장은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지만, 수익성만 놓고 보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항공업에서 단거리 노선의 수익성이 좋다"며 "최근 유가 하락 호재라는 같은 조건에서 단거리 노선이 상대적으로 많은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대한항공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가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 상승률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을 거의 배로 앞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64.0% 오른 반면, 대한항공은 34.0% 상승에 그쳤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 밑에 있으면, 진에어가 잘 된다 해도 대한항공에 묻힌다"면서 "100% 자회사로 한진칼 직속으로 두게 되면 진에어 성장의 과실이 그대로 한진칼에 귀속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경영진이 어떤 판단으로 그리 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아무런 고려없이 그리 했다고는 더더욱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