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디자인 교체 6개월 소요… 연내 시행도 빠듯
[뉴스핌=함지현 기자] 정부와 국회가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담뱃세를 올려놓고 정작 금연효과가 큰 경고그림은 늑장을 부리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내달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되도 담뱃갑 디자인을 교체하는데만 최소 6개월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연내 시행이 빠듯한 상황이다.
8일 국회와 관련부처에 따르면, 담뱃갑에 경고그림이 표기토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담뱃갑의 디자인을 바꾸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이후 시중에 풀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연내 통과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담뱃값 인상만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금연 효과는 대체적으로 1~2년 정도로 단기적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담뱃값 인상 만으로 흡연률을 낮추는 것 보다 경고 그림과 같은 비가격 정책이 함께 맞물렸을 때 금연 효과가 클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연내 경고 그림 표기가 중요한 이유다.
뉴질랜드의 흡연 경고그림<사진=뉴시스> |
담배 제조는 현재 KT&G·필립모리스·BAT코리아·JTI코리아 등 다양한 업체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디자인 리뉴얼을 위해서는 제품별 시장조사와 디자인 등록 등 절차를 거치게 된다.
경고 그림을 표기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기본적인 디자인의 지침이 내려올 예정이다. 하지만 경고 그림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각 사의 브랜드에 맞는 디자인을 고안하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기존 디자인의 담배 물량 소진 등을 고려하면 6~7개월은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언제 통과가 되느냐다. 2월 임시국회 등 조속한 시일 내에 통과가 된다면 올해 안에 경고 그림이 그려진 담배를 시중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미뤄진다면 그만큼 연내 시행이 빠듯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고그림 부착안은 지난해 12월 담뱃값 인상안이 통과될 당시 비가격 흡연 억제책으로 함께 거론됐지만 국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후 진주의료원 용도변경과 관련한 정부와 야당의 대립이 이어지며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가 공전하고 있다.
여야는 모두 경고그림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 상임위가 열릴지 모른다는 데 있다.
복지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여야 의원들이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문제는 다음 상임위를 언제 개최할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야 의원 간 공감대만 형성된 상황이지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바로 통과될 수도 있지만 법안 내용이나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법안만 상정해 놓고 논의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흡연 경고 그림은 대표적인 비가격 금연정책으로 꼽힌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세계 최초로 담배에 경고 그림을 도입한 캐나다의 경우에는 도입 전인 2000년도엔 전체 흡연률이 24%에 달했으나 경고 그림 도입 직후인 2001년 전체 흡연률이 22%로, 2006년도엔 18%대로 감소했다.
브라질의 경우 2002년 경고 그림 도입 이전 31%대에서 도입 직후인 2003년 흡연률이 22.4%로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