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수출업체 네고 물량까지 겹쳐
[뉴스핌=김민정 기자] 엔/원 환율이 900원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엔저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원-엔 동조화’를 선언했던 당국이 잠잠한 가운데 연말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까지 겹치면서 엔/원 환율은 지난주보다 20원 가까이 급락했다.
23일 오전 9시 52분 현재 외환은행 고시 기준 100엔/원 환율은 914.05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전일 915원대를 기록했던 엔/원 환율은 밤 사이 달러/엔 환율이 120엔대로 오르면서 좀 더 레벨을 낮췄다.
2014년 엔/원 환율 추이<그래프=체크엑스퍼트> |
원화와 엔화를 동조화시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던 외환당국도 조용하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달 엔저 심화에 대한 대책에 대해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 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는 “당국이 조용하다”며 “당국에서도 연말에 돈을 써가며 굳이 끌어 올려봤자 큰 의미가 없어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은 하지만 강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연말·월말의 특성상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으로 달러 매도세가 우세한 점도 원화가 엔저를 따라가지 못 하는 이유다. 앞선 은행의 딜러는 “월말이라서 네고가 많다”며 “무역수지도 20일까지 16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달러 공급 우위”라고 설명했다.
외환 딜러들이 연말을 맞아 북클로징을 하고 휴가를 떠나면서 포지션 거래가 없는 점도 달러 강세 기조를 서울 외환시장이 반영하지 못 하고 있는 이유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최근 원화와 엔화의 연동성이 약화됐다”며 “전반적으로 위험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물량을 고려했을 때 달러/원 하락 쪽으로 우위를 보이는 장세 같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엔/원 환율이 900원을 테스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달러/엔 환율 상승 만큼 원화가 못 쫓아가더라도 공격적으로 하락해서 엔/원 환율의 하락을 부추기진 않을 것”이라며 “당국 눈치를 보면서 하락 시도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