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배우 고수(36)가 잘생겼다는 데 이견을 다는 대중은 없다. 오죽했으면 그의 이름과 다비드상을 결합한 ‘고비드’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물론 이렇게 눈에 띄게 잘생긴 외모 덕에 그는 무엇을 입어도 늘 (때로는 여배우보다 더) 돋보였다. 군복에 소방관 유니폼은 물론이요, 도무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오래된 슈트를 입어도 이질감이라고는 없었다.
그런 그가 난생처음 한복을 선택했다. 데뷔 16년 차 베테랑 배우지만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수의 첫 사극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조선 최초 궁중 의상극이다. 영화는 아름다움을 향한 두 남자의 대결을 그렸다.
메가폰은 ‘남자사용설명서’를 연출한 이원석 감독이 잡았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전통사극이 아닌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퓨전 사극이다. 그러니 마주한 주연 배우 고수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단연, “왜 첫 사극으로 퓨전 사극을 선택했느냐”였다.
“대부분 사극은 이야기가 깊고 무겁잖아요. 그런데 이번 역할은 가볍게 할 수 있는 다른 점이 있었죠.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었는데, 영화적으로는 굉장히 새롭게 봤어요.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죠. 또 이 분이 사극을 하신다면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시도 자체가 틀에 얽매이지 않았고 굉장히 새롭고 용기 있는 시도였죠.”
극중 고수는 천재디자이너 이공진을 연기했다. 타고난 손재주, 탁월한 감각으로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인물로 성격 역시 자유분방하고 짓궂은 면이 있다. 하지만 이공진을 연기한 고수는 정 반대의 이미지다. 대중에게 그는 16년째 변함없이 정직하고 반듯하다. 상반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힘들었겠다고 하자 대번에 “그렇다. 원래 젠틀해서 아주 힘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그 짧은 대답에서 이미 질문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프레임 밖 고수는 생각 외로 이공진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
“사실 저 역시 그런 면이 있어요. 지킬 건 지키되 자유로워지고자 노력하죠. 제게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서 촬영도 편안하게 했고요. 그냥 공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도의 고민을 하면서 제안에 있는 모습을 꺼내는 거니까 재밌었죠. 물론 기존에 있던 캐릭터가 아니라 표현하는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도전의 의미는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 쉬운 캐릭터가 있겠습니까(웃음).”
아무래도 천재디자이너라는 설정상 의상에 대한 이야기도 빼먹을 수 없었다. 극중 이공진은 옷 치수가 하나였던 시절, 각자의 체격과 취향을 고려해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옷을 만든다. 다양한 디자인에 화려한 색감이 어우러진 옷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조선 궁중판 패션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실제 고수 역시 캐릭터를 위해 의상 제작을 직접 배우는 등 남다른 관심을 쏟았다.
“평소에 옷에 관심이 있어요. 옷 입을 때도 신경을 쓰는 편이죠. 사실 예전에는 트레이닝복, 편한 옷을 많이 입었는데 조금씩 튀지 않는 선에서 옷에도 관심이 생긴 듯해요. 특히 이번에 공진이 입은 옷은 아주 예뻐서 더욱 눈길이 갔죠. 소재도 그렇고요. 그렇다고 의상 제작에 특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촬영하는 데 한복 바지에 남대문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찢었죠(웃음). 뚫는 순간 안도가 되더라고요.”
고수는 인터뷰 내내 이공진에 대해 ‘천재’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상의원’이 베일이 벗은 후 이공진과 의도치 않게 그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조돌석(한석규)을 두고, 천재형과 노력형 혹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이야기라는 평이 쏟아진 것과 상반되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그는 두 가지 개념을 한데 묶었다.
“잘하는 사람 이면에는 그만큼의 노력이 있어요. 근데 그걸 쉽게 못 보는 거죠. 예술 역시 우연이 아닌 끊임없는 노력의 열매라고 생각해요. 노력하다 보면 열심히 하면 안 될 건 없죠. 저 역시 일을 위해서는 늘 준비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올 연말도 많은 분과 함께하고 싶어요. 프로모션 행사도 많이 하고 싶고 영화를 어떻게 보시는지도 궁금하고요. 사극의 판타지는 생각하지 못하실 텐데 재밌을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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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