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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진重 재도약 전초기지, 수빅조선소 가 보니

기사입력 : 2014년11월26일 10:10

최종수정 : 2014년11월26일 10:10

누적 매출 50억달러·수주량 100척 돌파…사회공헌도 1등

[마닐라=정경환 기자] 필리핀의 11월은 한국의 한여름이었다. 수도 마닐라에서 3시간 여, 뙤약볕이 내리 쬐는 아스팔트길을 달려가니 마침내 커다란 골리앗 크레인과 배들이 하나둘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한진중공업의 자랑, 수빅(Subic)조선소다.

◆ 누적 매출 50억달러·수주량 100척 돌파 '금자탑' 

지난 25일 찾아 간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2009년 필리핀 수빅만에 완공한 총 면적 300ha의 필리핀 최대 규모 조선소다.

이달 현재 누적 기준 매출 50억달러 및 수주 100척을 넘어서며, 조선업 불황 속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완공 이후 5년 만에 누적 매출 50억달러를 달성하면서 필리핀 내 최대이자 최고의 조선소로서의 위상을 굳혔다"며 "또한, 착공 전인 2006년 2월 4300 TEU급 선박 4척 수주를 시작으로 지난 8월에는 누적 수주량 100척을 돌파해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수주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전경

필리핀 수빅만에 위치한 수빅조선소는 297만㎡의 광활한 부지에 축구장의 10배 규모가 넘는 초대형 도크를 비롯, 첨단 설비를 갖췄다. 수빅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110km 거리에 위치한 항구도시로서, 안벽 수심이 10m가 넘고 만 입구의 섬들이 태평양의 거센 파도를 막아줘 조선소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입지다.

수빅조선소 프로젝트는 부산 영도조선소의 성장한계와 부지면적의 협소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제2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회사의 정책으로 시작됐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수빅조선소가 완공되면서 선박 건조 역량이 대폭 향상됐고 대규모 해양플랜트까지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면서 "길이 370m, 폭 100m의 5도크와 길이 550m, 폭 135m로 축구장 10배가 넘는 세계 최대급인 6도크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빅조선소 완공으로 그 동안 단지 물리적인 이유로 진출하지 못했던 해양플랜트 사업 진출이 가능하게 됐다"며 "국내 최초로 석유시추선을 만든 경험과 세계 최고의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수빅조선소의 선박 건조 역량까지 향상되면서 해양플랜트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내년 12억달러 매출 목표…"재도약 원년될 것"

"현재 건조 중인 선박만 15척으로, 향후 3년간의 일감이 쌓여 있다"며 "올해 매출 목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달성은 무난하고, 내년엔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진규 수빅조선소 사장은 수빅조선소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이 같이 말했다.

수빅조선소는 올 들어 30만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현재까지 총 39척, 약 26억달러 규모의 3년치 조업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 5월에 이미 수빅조선소는 수주 잔량 50척, 32억달러 규모로 세계 10위 조선소에 진입했다. 이에 힘입어 필리핀은 한국, 중국, 일본 외에 유일하게 세계 10위권 조선소를 보유한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1년 사이에 물량이 많이 늘었다"면서 "현지 직원을 1000~2000명 가량 더 뽑아야 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진중공업은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및 중대형 컨테이너선, 탱커선, 벌커선 등을 주력으로 수빅조선소의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에 따라 향후 고부가가치 선박인 초대형 LNG선, 드릴쉽, FPSO 등의 선종으로 건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양플랜트 사업 진출을 위해 LNG선 이외에 LNG-FPSO나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분야의 선종 개발을 목표로 ‘F(Floating)LNG선’ 부문의 모든 해양플랜트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도 돌입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6월 3만8000㎥급 LPG 운반선의 착공에 이어 지난 달 1만1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착공식을 가짐으로써 조선소 건립 이후 처음으로 1만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가스선 건조에 착수하게 됐다"며 "영도조선소의 협소한 부지로 인해 수주전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던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를 처음으로 수주하는 등 본격적인 초대형선 및 고부가가치선 시장 진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안 사장은 “앞으로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통해 고수익 선종으로의 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 초대형선부터 고부가가치선 그리고 해양플랜트에 이르기까지 건조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수빅조선소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부문 핵심사업장으로 육성하고, 영도조선소는 상선 및 고기술 특수목적선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세계적 조선사로 재도약하겠다”고 밝혔다.

▲ 한진 빌리지 내 주택들

◆ '한진 빌리지'로 사회공헌도 1등…"적극적 현지화"

수빅조선소는 현지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진 빌리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지 근로자들의 복지 증진과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1000여 세대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으로, 수빅조선소 근로자라면 누구나 계약금 없이 시세 대비 60% 수준의 파격적인 분양가와 필리핀 정부의 저금리 장기상환(20~30년)의 특혜를 받아 자기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1차로 1000세대 분양이 끝났고, 지금은 2차로 722세대를 짓고 있다"면서 "향후 상황을 봐서 2000세대를 더 지을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빅조선소는 한진 빌리지 내에 500여 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를 지어 필리핀 교육부에 기증하기도 했다. 현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3학년(우리나라의 중학교 3학년)까지 과정으로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조선소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태풍 등 재난 발생 시에는 비상식량과 의료품 등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등 현지 구호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한진 빌리지' 사업은 외국투자기업과 정부기관 그리고 민간사업자 간 상호협력을 통해 서민 근로자에게 주택소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범적 사례로 현지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필리핀에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최고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해 해외로 진출한 한국 조선소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수빅조선소가 이 같은 성공 가도를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40년 이상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축적한 한진중공업만의 독자적인 노하우와 두터운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조선업종에서의 위상뿐만 아니라, 2만6000여 명에 달하는 고용 창출과 지역사회 공헌을 통해 완공 이후 수빅경제자유구역 내 최대 수출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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