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관련 시장 반응 과도해"
[뉴스핌=정연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만한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 금리변동폭 또한 현 수준인 25bp가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속화되는 엔저 현상에 대해서는 "엔화약세가 무한정으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엔저에 대한 시장반응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3일 열린 11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20bp 인하론 등 금리변동폭을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보폭을 조정하면 금융시장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이형석 기자) |
그는 "기준금리 연 2% 수준에서 25bp로 인하를 해온 것은 어느 정도 금리 인하 효과를 계측할 때 25bp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는 판단 때문"이라며 "금리의 급변동은 (시장에) 쇼크(충격)를 줄 수 있어서 그 균형점을 찾은 것이 25bp이고 현재 기준금리 연 2%수준에서도 25bp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엔저 등 환율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총재는 현재 시장이 대외경기와 환율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화가 약세가 됐을 때 원화도 동조화 됐는데, 어찌 보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며 "엔화 약세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인식해 원/달러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정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경제가 어렵고 엔저 문제에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 반응이 좀 과도한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며 "너무 한 쪽만 집중하다보니까 부정적 영향이 실상 이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기업투자 확대가 금리대응보다 경기 모멘텀 회복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종전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미국 경기에 대해서는 "구조변화와 관련해 빠질 수 없는 것이 대중수출이며, 중국의 최종 수요의 상당부분은 미국"이라며 "미국 경기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은의 예상경로안에 있는 것인가? 내외금리차나 등을 감안했을 때 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있는 것인지.
-10월중 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건 사실이다. 주택거래량이 늘어나고 이에 영향을 받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났다. 결국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는 주택경기 상황이 어떻게 정리될 것이냐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아주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도 급증하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크게 늘어나고 있으니 예의주시하고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과도 상황을 같이 지켜보고 논의하고 있다.
▲ 기준금리 두 차례 인하했는데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파급경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가. 또 수출 구조의 변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금리정책을 펼치면 파급차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계측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파급경로를 손쉽게 관측할 수 있는 것이 은행의 여수신금리 경로를 통한 조정이다. 최근 50bp 인하했는데 은행의 여수신금리와 그에 따른 신용공급 상황을 보면 여수신 경로를 통한 금리정책의 파급경로는 비교적 원활히 작동되고 있다.
금리정책의 파급경로가 다양하고 복잡할 뿐더러 파급효과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상당부분 금리정책 파급효과 제약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강화하기 위한 수단은 (제약 요인)에 대한 개혁도 같이 병행돼야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국내 문제를 본다면 구조적인 경직성, 규제 문제 이런 것이 금리 정책에 효과를 제약하는 것이다. 정부당국과 통화당국이 경기 모멘텀을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했지만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려면 구조적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우리 경기 모멘텀이 살아날 것이다.
수출은 나라별로 보면 차이가 많다. 일본과 유로 쪽은 경기가 워낙 안좋다보니 수출이 부진했고, 중국 수출도 상반기까지는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미국은 강한 경기회복세를 나타내는 것을 반영해 대미 수출은 1~10월 중 12% 늘어난 호조를 보였다.
구조변화와 관련해 꼭 언급해야할 것이 대중수출이다. 대중수출중에서 70%는 중간재와 자본재로 구성된다. 중국의 최종수요는 상당부분 미국이다. 중국에서 70%가량을 수입하는 국가가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여전히 중요하다.
▲수출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했을 때 계속 양호할 것으로 보는지. 정부가 엔원 동조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총재도 손 놓고 있지 않겠다고 말한 바있다. 엔화와 원화가 같이 움직이는 부분이 긍정적인 것인가? 원화 약세폭도 컸는데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대외불균형 심화요인이 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수출은 양호한 흐름으로 평가한다. 일본과 유로 지역의 경제가 워낙 안좋고 수출도 중국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체 수출 증가 숫자가 높지 않지만 내용적으로는 수출이 양호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 당분간 지속되지 않겠는가.
엔화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10월말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하면서 다시 엔화약세가 급속히 진행된 것은 사실이다. 엔화 약세만큼 원화 약세로 간 것은 아니다. 일본과의 가격경쟁력을 비교해면 경쟁력이 굉장히 약화됐다. 일본과 경쟁이 강한 업종인 자동차라든가 기계철강 등의 경쟁력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달러화에 대해서도 원화가 상당히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다른 나라하고 가격경쟁력 면에서는 불리해지지 않았다.
▲엔/원 가격 변화 관련해 일본 기업 영업관행의 변화를 가지고 왔다고 보는지. 또 GDP 동향에서 설비투자 관련해 금리 인하의 직접적인 효과가 큰 지 말해달라.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 수익성 대단히 개선됐고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단가 인하를 하는 등 가격경쟁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일본과 경합이 큰 업종은 타격이 있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은 여전히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비투자 우려를 말하면 금리를 낮추면 기본적으로 기대수익률 낮춰서 투자해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투자 결정요인은 금리보다도 더 큰 요인이 있다. 경기 전망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리보다 큰 결정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판단한다.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고 했는데 원화가 얼만큼 따라갈 수 있다고 보나. 달러/원 환율 올라갈 때 그로 인한 부작용은?
-원화가 어디까지 약세를 나타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일본의 엔화약세가 어디까지 갈것인가 하는 문제로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일본 소비세 인상 연기 얘기 나오면서 달러/엔 올랐다가 다시 진정되는 흐름인데 엔화 약세도 무한정으로 가기가 어렵다고 본다. 엔화의 과도한 약세에 따른 물가 문제, 수입업체의 비용 부담 등을 감안하면 엔화약세도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조치도 5대4로 나타났 듯이 추가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일본 내에서도) 만만치 않다. 엔화약세가 그렇게 우려하는 상황까지는 안갔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내년 중반쯤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이 금리 올릴 경우 국내도 바로 따라 올려야 하는지, 아님 버틸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나.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장) 예상대로 간다면 미국 금리 인상이 큰 충격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금리 인상 후 우리도 곧바로 따라가야되느냐 여부는 그때 상황에 따라서 저희가 결정할 것이다.
▲원화 약세는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가.
-엔화 약세 됐을때 원도 동조화됐지만, 사실상 시장에서 자율적인 조정 효과도 작용했다. 엔화 약세가 수출 경재력 약화로 인식해서 원/달러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측면이 강하다.
환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금리 외에 너무 많다. 사실상 금리로 대응할 수는 없다. 환율의 수준이 아니고 환율이 급등했을 때 그것이 가져올 물가와 경기에 미칠 영향을 보고 금리 정책을 펴는 것이다. 환율 수준을 타겟팅해서 금리정책을 하는건 아니다.
▲우리가 엔화 약세에 대비해서 쓸 수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또 저금리 폐해와 엔저 우려 중에 어떤 쪽에 더 방점을 찍고 있는가.
-가계대출 급증은 금리 인하시 예상 못 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경기의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봐서 금리를 내렸던 것이다.
▲한은의 물가 전망치 과연 달성 가능하다고 보는가.
-목표를 정했을 당시의 적정인플레이션이 낮아졌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겠다. 당시에 감지하지 못했던 성장잠재력 저하, 글로벌 경기 둔화, 성장과 물가간의 연계성 약화가 적정인플레이션을 낮췄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가 목표를 지키지 못하는 사례는 글로벌 현상이다. 많은 나라들이 그랬고 특히 영란은행 경우 2%를 물가 목표 하고 있는데 앞으로 3년간 물가목표 달성 불가하다고 하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GDP갭 해소시기가 내년 이후로 연기가 된다고 보는 것인가.
- GDP갭에 대한 기본 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
▲정해방 위원이 20bp 인하를 주장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주장이 있었는가. 기준금리 보폭을 줄여볼 생각은 전혀 검토 안하고 있나.
-어느 정도 금리 인하의 효과를 계측할수있는정도는 한 25bp는 돼야하지 않겠냐는 인식에 25bp를 유지한 것이다. 금리의 급변동은 쇼크를 줄수 있기에 그 사이에서 찾은게 25bp다. 현재 2% 기준금리 하에서도 25bp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만약에 보폭을 조정하게되면 또 하나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주는 것이다. 방향 뿐만이 아니라 폭에 대한 예측까지도 시장에서 해야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25bp 수준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경제주체 심리를 강조했는데 심리지수가 안좋아지고 있다.
-심리가 나쁜 이유를 보면 대외여건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유로 지역 경기가 계속 안좋고 전망도 그러하다. 엔화 약세에 따른 실물 부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부각되면서 복합적으로 경제주체 심리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럽 경제가 어렵고 엔저에 대해 우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반응이 좀 과도한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너무 한쪽으로 집중되다 보니, 부정적 영향이 실상 이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인식의 간격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엔저, 유럽경제 등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10월 통방때 현재 금리 수준이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하셨다. 이 견해도 유지하는 건가.
-현재 금리가 경기를 뒷받침하는 수준이라는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