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블로거들 "평등주의 버릴까" 우려..고급 패션시장 진입전략인듯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애플은 고급 브랜드(Luxury Brand)인가 대중적인 브랜드(Mass Brand)인가?' '애플은 평등주의(Egalitarianism)을 버리려고 하는 것인가?'
최근 정보기술(IT) 블로거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는 의문들이다. 애플이 중산층과 평등주의를 포기하려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꽤 제기된다.
먼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애플과 관련된 블로그 데어링 파이어볼(Daring Fireball)에 올라온 블로그 운영자 존 그루버의 글(http://daringfireball.net/2014/09/apple_watch)부터 볼 필요가 있다.
존 그루버는 그동안 애플은 마치 미국인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음료라 할 수 있는 코카콜라처럼 자리매김하려고 해 왔다고 주장했다. 비욘세가, 대통령이, 그리고 바로 소비자 당신이 쓰는 스마트폰이 아이폰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대중적인 기기라고 봤다.
하지만 애플이 시판하려는 스마트워치의 경우 스테인레스 스틸로 된 '애플 워치'와 알루미늄과 고무로 된 '애플워치 스포트', 그리고 견고한 금으로 만들어진 '애플 워치 에디션'으로 나뉘어지며 각각의 가격은 349달러, 999달러, 그리고 4999달러라는 점을 강조했다. 4999달러라면 왠만큼 부자 아니고서야 손에 넣을 수 없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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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디 애틀랜틱) |
그루버는 4999달러나 되는 금으로 된 애플 워치는 더 이상 기술 제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건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로 된 롤렉스가 10000달러 이상의 가격부터 시작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물론 애플의 매킨토시 같은 경우 가격대가 매우 다양하게 책정돼 있어서 899달러짜리 맥북 에어를 살 수도 있고 12코어의 용량을 자랑하는 맥을 사려면 10000만달러까지도 지불해야 하지만 그건 확실하게 성능의 차이를 보여주는 가격 차별화이지만, 스테인레스로 됐든 금으로 됐든 애플 워치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건 마치 코카콜라를 좋은 포도주 잔에 따라서 비싸게 파는 것처럼 우스꽝스럽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로빈슨 메이어도 '디 애틀랜틱'에 관련 글(http://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4/09/has-apple-abandoned-egalitarianism/380594/)을 실었다.
메이어는 그루버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이 주장이 애플이 평등주의를 포기하고 중산층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애플워치의 차별화된 가격만으로 애플이 고급화 전략, 중산층 포기 전략을 쓰는 것이라 단언할 순 없다는 것.
애플은 다만 패션의 영역에 들어서고자 하는 것이지 위스키 가격이 미니밴보다도 비싸기 일쑤인 고급품 시장에 들어서려고 하는 것이라 하는 건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둘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도 애플과 평등주의, 중산층 중심주의에 대한 글을 실었다
HBR의 에디터 월터 프릭과 스콧 버리내토의 2일자 블로그 글에 따르면 애플은 창립 초기에 비해 점점 대중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평가된다. 이들은 애플의 기기들과 출시 당시 미국인들의 월 중간소득을 비교했다. 1984년의 매킨토시까지만 해도 제품 가격은 2495달러로 미국인들의 월 중간소득은 1726달러의 갑절이다.
그러나 최근의 모바일 제품들, 2001년의 아이팟, 2007년의 아이폰, 2010년의 아이패드를 보면 확실히 대중적인 가격 정책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팟 출시 당시 가격은 399달러, 미국인 월 중간소득은 3414달러였다. 아이폰은 499달러에 나왔고 당시 중간소득은 4061달러다. 아이폰6과 아이폰6플러스 가격은 더 대중적이다.
물론 금으로 된 애플 워치 가격은 비싸긴 해도 중간소득의 115%로 초기 애플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비싸진 않으며, 1990년대 이전과 달리 이제 신용카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애플이 중산층 시장을 포기하려는 건 아니라는게 HBR의 분석이다.
이들 역시 메이어처럼 애플이 대중을 위한 기술업체에서 부자를 위한 기술업체로 변하려는게 아니라 단지 더 고급스러운 패션 브랜드를 구축하면서 '하이엔드 전자기기 업체'로 부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봤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