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보고서 기재정정 공시, HTS엔 뜨지도 않아
[뉴스핌=이영기 서정은 기자] 지난달 29일 A투자자는 자신이 들고 있던 한신공영의 사업보고서가 5년동안 잘못됐다는 것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눈치챘다. 해당 공시는 오후 6시 20분께서야 나온 올빼미 공시로 장 마감 후에 한참 뒤에나 나온 정보였다.
A씨는 "그 다음 거래일이면 주가가 빠질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며 "이미 장 마감 후라 짜증이 났지만, 하한가를 감수하고도 그 다음 거래일(9월 1일) 장 초반 주식을 털었다"고 회고했다.
같은 시각 똑같이 한신공영의 주식을 들고 있던 B씨는 언론보도를 접하고서야 한신공영의 실적이 전부 뒤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이용하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선 한신공영의 중대한 기재정정 공시가 뜨지 않았기 때문.
B씨는 "주식거래 하는 투자자들이 HTS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나처럼 HTS에 뜨는 공시가 다른 곳들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며 "제각기 공시를 한다면 투자자들끼리 정보공유가 안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증권사들의 HTS의 각기 다른 공시에 투자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사들이 금감원에 제출하는 정기공시, 주요사항보고서, 기타공시 등은 증권사 HTS에 제공되지 않는다. 때문에 HTS를 통해 공시를 접하는 투자자들은 중요한 공시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위 사례처럼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
기본적으로 회사가 제출한 공시는 거래소의 카인드(KIND)시스템과 금감원의 다트(Dart)를 통해 나간다. 하지만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 공시가 완벽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금감원 공시제도실 관계자는 "법정이든 자율공시든 '금융위와 거래소에 제출하라'하는 것은 회사가 양쪽에 모두 제출해야 하는 데 이때 업무간소화 차원에서 한 군데만 제출해도 양쪽이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거래소가 시장안내하는 경우만 즉, 발행회사(회사)가 아닌 거래소가 공시하는 경우는 카인드에만 나간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 또한 "거래소는 상장사들을 위주고 금감원은 상장이 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정보도 가지 않느냐"며 "두 회사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공시가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 대목은 한신공영과 같은 상장종목에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증권사들도 사정이 있긴 마찬가지. 한신공영의 기재정정 공시는 5차례 다트에 뜰 동안 단 한번도 해당 공시가 증권사 HTS에 나타나지 않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시중에서 첨부파일로 돼있는 공시는 증권사 HTS에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며 "그래서 사업보고서나 그런것들도 HTS상에 공시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일부러 그런 공시를 필터링하는 건 아니다"라며 "한신공영 같은 경우는 정정기재 사업보고서만 올렸기 때문에 HTS상에 반영이 안된것도 이 까닭"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행사가 내는 공시는 거래소와 금감원간에는 공시가 공유되고 있고 한신공영 건도 마찬가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경쟁하는 HTS시스템에 대해 금융당국이 일정하게 통일시켜 강제하기는 뭐하다"며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개별 증권사 차원에서 해결하는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항변하는 사이 투자자들의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주가조작을 뿌리뽑고,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자면서 가장 기본적인 공시시스템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건전한 투자문화가 자리잡길 바라느냐"고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