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서정은 기자] "사실은.. 지난 5년 동안 적자였다."
마치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는 듯한 한신공영의 '황당한(?) 정정공시에 투자자들이 이른바 '멘탈붕괴' 상태에 빠졌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회계오류 이슈가 또 다시 불거지면서 시장은 '신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한신공영 사건을 계기로 건설업종에 대한 신뢰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지 주목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신공영은 지난달 29일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개 사업연도의 사업보고서를 전부 정정공시했다. 지난해 152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을 5억6000만원의 순손실로 바꿨고 지난 2012년 기록한 132억원의 당기순이익도 27억원으로 정정했다. 2011년의 당기순이익은 109억원에서 11억원 적자로, 지난 2010년은 57억원 흑자에서 184억원 적자로, 2009년은 62억원 흑자에서 58억원 적자로 각각 정정됐다. 이같은 정정공시로 지난 5개년간의 흑자가 2012년 한해만 빼면 전부 적자로 뒤바뀐 셈이 됐다
이 같은 정정공시가 나오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1일과 2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감독당국과 유관기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한신공영의 회계처리 오류 고백 공시와 관련해서 회계처리 적정성을 보기 위해 감리를 착수할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리여부에 대해 지금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자료를 수집하고 정황을 파악한 뒤 감리를 착수해야 할 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아직까지는 신중한 입장이다. 거래소 기업심사팀 관계자는 "공시부쪽에서 얘기가 먼저 있어야 한다"면서 "만약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면 증선위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공시부 역시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금감원 감리가 끝나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또 다시 건설업종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수년전 한솔그룹측에 인수된 신텍(현재 한솔신텍)이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났던 사례가 있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도 이 같은 회계 '신뢰' 이슈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작년엔 대기업 건설사들이 갑작스럽게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GS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반영해 '어닝쇼크'를 일으켰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저가 수주의 부메랑을 맞아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룹 차원에서 3개월간 경영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또 대우건설은 분식회계 가능성이 제기돼 금감원의 감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종은 회계오류가 비교적 빈번한 업종이어서 올해 금감원 회계감리의 주요 타깃이기도 하다. 주로 장기공사 계약이 많은 업종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기공사 계약에 대한 이익과 손실 반영의 일관성, 퇴직금 부채 산정에 대한 적정성, 영업권등 무형자산의 회계처리, 자본성격이 모호한 신종자본증권 분류의 적정성 등이 올해 금감원의 주요 감리 이슈다.
이번 한신공영이슈에서 개인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정보가 공개된 이후에서야 빠져나갈수 있었다. 이미 고점대비 30% 이상 하락한 시점이다. 점하한가(장시작부터 종료까지 하한가)를 기록했던 지난 1일 외국인과 기관 매매의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 이틀째 하한가를 기록했던 2일 외국인은 8만7000주, 기관은 52만3000주를 순매도했고, 다음날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만3000주, 96만4000주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