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 아닌 실체 없는 '여론' 의존..."가능한 이번 주 끝낼 것"
[뉴스핌=노희준 기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주전산기갈등과 관련해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최종 제재 결정을 미루면서 최 원장의 선택이 '여론 재판'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최 원장이 눈치를 보면서 시류에 따라 변하는 여론에 기대려 한다는 것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지난 22일 새벽에 끝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가운데 주전산기교체 갈등 건에 대해서는 최종 결재를 미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석 전에는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최 원장의 ‘최종 선택’이 늦어지면서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경징계 제재심 이후 KB금융그룹 '템플스테이 해프닝'과 국민은행의 '임직원 검찰 고발'을 'KB 내분 심화'의 관점에서 최종 제재심결과 결재 시 고려할 수 있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서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금감원이 사소한 해프닝을 '괘씸죄'로 삼거나 범죄행위를 바로잡으려는 CEO의 노력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갈등 측면으로만 수용, 제재심 결과와 '법과 원칙' 이외의 상황적 요인에 의존하려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법적으로 제재심은 감독원장의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다른 판단을 내릴 수는 있지만, (제재심 이후의 '갈등 양상'으로 비치는 상황을 최종 제재 결정에 반영한다는 것은) 좀 그렇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재심을 여섯 번이나 해서 이모조모 따져서 결정했는데, 그 이후에 그런 내용을 갖고 징계내용을 바꾼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금융위에서는 그런 논의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감독원이 시기를 놓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정쩡한 입장으로 욕을 덜 먹으려고 여론의 추이를 보고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감독원보다 먼저 은행장이 이러쿵저러쿵하고 나오니까 주객이 전도된 것 같기도 하다"고 일갈했다.
최 원장이 '경징계' 제재심 이후 KB의 최근 갈등 상황을 최종 결정에 고려하는 것이 금감원 권위에 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재심은 자문기구이나 의견을 뒤집는 경우는 중요한 심리절차가 아주 잘못된 경우나 명백한 새로운 위중한 사실이 나타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검찰 고발은 행장이 범죄 행위며 회사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했다면 고발을 안 할 수 없는 사안이고 템플스테이를 문제 삼는 것도 자잘한 것"이라며 "그런 기준을 들이대기 시작한다는 것은 감독당국의 제재권을 희화화하는 것이고 그건 감독당국의 권위와도 관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어떤 결정이라도 빨리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결정이 안 나오니까 원장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원장이 빨리 최종 결정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종 결정 날짜는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가능하면 이번 주 중에는 최종 결정을 끝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