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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 징계' 이미 敗한 금융당국, '폭력의 경제학'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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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출 건 등에서 징계권력 효과적으로 사용 못해

[뉴스핌=노희준 기자] 과도하게 말해 금융당국은 이미 패(敗)했다. 'KB 징계' 국면에서 말이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졌다는 게 아니다. (징계) 권력을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할 '자기 자신'에게 졌다고 보여진다.

이는 중징계, 경징계냐 하는 두 수장의 제재 수위와 아무 관계가 없다. 제재 결정은 이제 내려져야 하지만, 이미 지난 14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국민카드의 정보유출 건이 판단 유보되면서 승패는 어느 정도 판가름났다.

14일 제재심은 주전산기 교체 갈등,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기금 횡령 사건 등 3개 사안만 다뤘다. 정보유출 건은 빠진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 사안은)유보하겠다고 했다"며 "향후 제재심에서도 (별건으로)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감사원이 국민카드 분사 과정에서 국민은행 고객정보가 함께 넘어간 것이 문제없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제재심에서 금융위가 정보유출 건의 제재사유로 사업계획서 미이행 문제를 새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KB지주가 국민카드 분사 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고객정보를 이관한 후 국민은행 고객정보를 삭제한다고 해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두 수장에 대한 징계 결론이 나더라도 KB금융의 경영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게 됐다. 

금융당국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정보유출 건에 대해 사유를 바꿔 제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금감원은 체면을 구겨 다시 검사부터 나서야 한다.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한 데 대한 비판은 금감원과 금융위 모두의 몫이다. 줄줄이 남아 있는 다른 금융기관에 대한 징계와 검사 등에서 '영(令)'이 서지 않을 우려도 있다. 

이제껏 금융당국은 '제재국면 장기화'에 따른 비판에도 피제재자의 반론권은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뚜렷한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정보유출 건을 추후 별건으로 처리하게 되는 일은 다른 문제다. 금융기관에 대해 검사를 하고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금융당국이 권한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급기관인 감사원 변수가 등장한 측면이 있다. 임 회장의 정보유출 책임에 대한 제재 근거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금융위든, 금감원이든 개인정보보호 이관과 관련해 신용정보법 및 지주회사법의 관계 파악 및 이에 따른 승인절차 등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측면은 여전히 남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자주 '저주받은 운명(Watch Dog's Curse)'을 거론하면서 이래저래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당국의 신세를 한탄한다. 감독규제에 충실할수록 업계로부터 볼멘소리를 듣게 되고 규제 등을 풀었다가 제대로 개입하지 못해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국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피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에서 권한과 권력을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의 문제다. 피해야 하는 것은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 일이지 칼 자체를 쓰는 일이 아니며 그 피해도 금융당국이 걱정할 일도 아니다.

일찍이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등에서 정치의 본질인 권력의 핵심을 '폭력'이라고 파악하면서 이를 회피할 게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 폭력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철학자 셸던 월린은 이를 '폭력의 경제학'이라고 '정치와 비전'에서 말한 바 있는데, 지금 금융당국에 필요한 것이 바로 폭력의 경제학이라는 생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징계 국면을 좀 더 원활하게 운영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정보유출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법원 재판도 아니고 행정 제재를 하는 것인데 제재권을 갖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피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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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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