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돼 그것이 경기 하방리스크를 커지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번 조치가 정부 정책과 상승 작용해 위축된 소비심리를 개선시키면 경제 회복세의 모멘텀을 유지하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1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지난주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을 두고 한은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여러 견해가 난무한 가운데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이번 금리 인하의 명분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단행됐다는 것이다. 8월 기자설명회에서 이 총재는 심리라는 표현을 무려 열일곱 차례나 언급했다.
평소 이 총재는 하나의 지표 또는 사안만을 가지고 금리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종합적으로 모든 사안을 고려해 금통위 스스로 결정을 내리겠다고 힘주어 말해왔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 내내 그는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심리 회복'을 근거로 답변했다.
이 때문에 한은 전망에 대한 신뢰,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 글로벌 통화 정책 환경 등은 배제하고 정부와의 정책 공조만을 바라보고 움직였다는 비난이 제기된다.
또한,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내수 부진 등을 개선하기 위해 단행한 조치였다고 하기에도 기준금리 인하의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지난 14개월 동안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은은 언제나 현재의 금리 수준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되풀이하며 대답하지 않았던가.
한은이 말하는 '심리'가 중요한 한 분의 마음인지 아니면 국민들 다수의 마음인지 헷갈리는 이유다.
한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시경제 전망 기관이다. 우리가 한은에 세월호 참사와 같은 돌발 사고를 예측하는 점쟁이가 되라고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중앙은행은 가용한 범위 내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거시 경제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한은의 전망과 분석을 토대로 정부 기관들은 정책을 만들고 기업들도 살림 계획을 세운다.
따라서 이번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 한은은 정부 부양정책 패지와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가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 세월호 참사에 따른 성장률의 훼손 예상치 같은 좀 더 명확한 근거를 내놓았어야 했다.
우리가 한은에 기대하는 답변은 "금리 인하하면 성장률은 오른다" 또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먹구구식 대답이 아니다.
정치인 출신의 경제부총리가 '심리'를 앞세워 달려나갈 때, 중앙은행이 거시정책의 한 축으로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든지 허리띠를 느슨하게 맬 때는 편하다. 하지만 다음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다시 허리띠를 죌 때 얼마나 큰 비용과 노력을 수반하는가의 문제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