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30배 고밸류 부담" VS. "살아있는 '수급', 밸류는 참고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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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홍승훈 기자] "PER가 30배를 넘었다. 밸류에이션상 매력적인 구간이 아니다. 수급으로 오르지만 추가매수는 주의해야 한다."(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
"요즘 증시 잣대는 밸류에이션이 아니다. 어닝이 살아있느냐가 핵심이다. 수급이 안정적이다. 더 오를 수 있다."(국내 투자자문사 대표)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쿠쿠전자 주가 향방을 두고 전문가들간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상장 직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다 일단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둔다.
주말을 앞둔 지난 8일 미국의 이라크 공습 승인 소식이 나오면서 국내증시가 흔들렸고, 쿠쿠전자 역시 장후반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며 8.4% 급락한 21만8000원에 마감했다.
먼저 추가상승을 예상하는 이들 논리의 핵심은 '안정적인 수급'이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보통 상장을 하게되면 창투사 등 상장 초기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는데 쿠쿠전자는 그 같은 물량이 전혀 없다. 예상치를 훨씬 넘는 시초가에도 불구하고 이후 탄력을 받는 것은 안정적인 수급덕"이라고 풀이했다.
오두균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은 기본적으로 수급인데 쿠쿠전자의 경우 상장하면서 시장에 풀린 공모물량이 200만주도 안된다"며 "특히 이들 대부분이 락업(Lock-up) 상태라 여타 상장 초기기업들에 비해 수급이 안정적"이라고 전해왔다. '락업'은 의무보유 기간이 설정된 것을 말하는데, 상장 이후 최대주주 또는 투자기관이 일시에 매물을 출회함으로써 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주가급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를 주지 않도록 예방하는 제도다.
사실 이번 쿠쿠전자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기관들 면면을 보더라도 쿠쿠전자에 대한 국내외 큰 손들의 관심은 예상됐었다. 블랙록,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 글로벌 유수의 기관들이 대거 참여한 것. 여타 대어급 IPO(기업공개)시 이뤄지는 해외 로드쇼조차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었다.
특히 외국계 기관들 대부분이 30일 이상의 락업(의무보유 확약)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지며 증권가는 당분간 쿠쿠전자의 성장성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또한 기업 밸류에이션을 가늠하는 PER에 대한 증권가 잣대도 최근 달라졌다. 보통 시장 PER가 10배라면 여타 기업들도 10배 전후로 평가를 받았는데 요즘은 20~30배 이상의 고 밸류에이션 종목들이 즐비하다. 즉 오르는 주식만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증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PER가 6배에 불과한데도 계속 하락세다. 이와는 달리 화장품이나 게임주들을 보면 밸류에이션 높아도 계속 오른다. 요즘 시장에선 밸류에이션을 주요 잣대로 삼지 않는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해왔다.
결국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급 안정성으로 인해 쿠쿠의 고밸류에이션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이보다는 안정적인 밥솥과 정수기 등 렌탈사업, 중국시장 성장성, 안정적인 수급에 높은 점수를 줬다.
삼성전자 등 상당수 대형주 중에서 실적모멘텀을 겸비한 종목들을 찾기 쉽지 않은 것도 쿠쿠전자와 같은 안정적인 내수주에 올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쿠쿠전자는 일단 6일 상장일 시초가로 증권가 눈길을 단숨에 끌었다. 상장첫날 시초가가 공모가(10만4000원)보다 80% 가량 높은 18만8000원을 기록했음에도 상한가로 직행한 것이다. 사실 중소형주는 간간히 이런 경우가 있지만 대어급 IPO(기업공개) 중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배 가까이 치솟는 경우는 잘 없다. 최근 1년여를 돌아보면 현대로템이 지난해 10월 상장시 공모가 대비 50% 가량 높은 시초가를 보인게 유일하다.
반면 쿠쿠전자의 단기 급등한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상장초기 찬물을 끼얹을 것 같아 코멘트 자체가 조심스럽다. 다만 밸류에이션상 매력적인 구간이 아니다.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쿠쿠전자의 주가와 밸류에이션은 크게 치솟았다. PER는 30배를 웃돌고 주가는 20만원을 뛰어넘어 시총이 2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공모가 기준 예상된 시총 최대 1조원의 두 배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높다. 밥솥시장 점유율 2위인 기존 상장사 리홈쿠첸(PER 17배~18배)의 두 배 수준이고, 코웨이(PER 28배 수준)도 앞질렀다. 코끼리밥솥으로 유명한 일본의 조지루시가 현재 9.7배의 PER 수준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쿠쿠전자 공모청약에 참가해 일부 주식을 갖고 있어 코멘트가 자유롭지 않다는 한 기관투자자는 익명을 전제로 "분명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는 주가수준이고 비싸다는 점은 맞다. 다만 이는 쿠쿠전자의 성장성을 어느 수준까지 보느냐의 차이"라며 "밥솥만 놓고 보면 지금 주가가 비싸지만 정수기와 렌탈부문의 성장 가능성, 내수에서 중국 수출 등 파이 자체를 키워가는 모습을 보면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수급의 안정성'과 '성장성'이 누구나 인정하는 '고밸류'를 압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주방가전업체 주가관련 지표 비교. 단 쿠쿠전자의 경우 상장전 수치로 상장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PER는 14.1배가 아닌 31배 수준으로 높아졌음> |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