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금중개기능 활성화해야
[뉴스핌=김연순 한기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금융 규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금융회사 윗선에서 보신주의가 해소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은 정부가 끝장 부양책을 내놓으며 경기부양에 승부수를 던진 날이다.
부양책을 보면 총 41조원에 달하는 돈을 푸는데 이중 30조원이 금융분야의 몫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3조원을 비롯해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정책금융 10조원, 설비투자펀드 3조원, 선박은행 1조원 등 다양하다. 결국 금융권에서 돈을 풀어 시중에 돌게 해야만 부양책이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놓은 대통령의 지적인 것이다.
◆ '은행권 담보대출 관행•2금융 평가시스템' 문제
박 대통령이 금융기관의 보신주의를 질타로 금융권도 긴장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보신주의가 해소되지 않으면 신성장 동력, 창조경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박 대통령의 고민이 담겨 있지만, 금융기관 속성상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건 기본인데 정부가 대출과 투자를 압박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기관들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술금융평가시스템 도입, 면책 범위 확대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권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에 금융비전을 준비하면서부터 금융기관 보신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기본적으로 은행은 예금을 받아서 자금을 운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평가보다는 담보만 보고 안전 위주로 장사를 하는 경향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경우 신용평가 등 여신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창업 등 실물을 지원하는 금융 쪽에는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여신 평가나 신용대출 평가의 경우 은행들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2금융권이나 규모가 작은 금융기관은 취약하다"면서 "이들 금융기관에도 (기술금융 등에 대한) 공동모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금융권이 원래 평가시스템이나 이런 부분들이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면서 "평가시스템을 바꿔 그동안의 관행을 바꾸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금융위는 현재 금융권이 기존 담보 위주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신용평가를 기반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지난 21일부터는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TDB) 서비스를 개시해 기술신용평가시스템을 가동했고 기술신용평가정보 활용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도 부여키로 했다.
◆ 금융당국 "자본시장에서 돈이 흘러야 한다"
동시에 금융위는 기업들이 원하는 투자수요가 뒷바침되기 위해선 결국 "자본시장 쪽에서 돈이 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사모펀드 활성화방안' 등 자본시장 규제완화 역시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자금들이 기업들과 실물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사모펀드가 활성화될 경우 자본시장의 역동성이 회복돼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이 확대될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규모가 커져서 기업들이나 실물쪽에서 필요한 자금들이 투자 형태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외국과 비교할 때 은행 대출 규모는 경제규모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자본시장 쪽에서는 투자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도 전날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자본시장 쪽으로 자금이 옮겨가도록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대출이 늘기 위해서는 ‘면책’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신심사 시 기업의 영업능력, 기업문화, 기술담보력 등이 감안돼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계량적 평가가 불가능한 것들이라 대출담당자의 심사 시 참고하기 위해서는 면책범위 확대가 필요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대출은 은행들의 경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기술담보 확대 등 담보관행이 줄어들고 대출담당자에게 책임을 완화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