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연구소, 구조조정 놓고 진단·해법 엇갈려
[뉴스핌=김연순 기자] 은행들의 영업점포 축소, 인력 구조조정 등 최근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금융권 구조조정과 관련해 학계와 민간 연구소에서도 엇갈린 진단과 해법을 내놓는 등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학계에선 "국내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관리비 비중 증가와는 연관성이 없다"며 오히려 영업점을 점차 확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반면, 민간 연구소에선 "저수익 기조가 고착화되는 환경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대환)는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 김문호), 전국은행연합회(회장 박병원)와 함께 14일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현황과 고용안정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먼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금융부문 구조조정의 현황과 고용 안정을 위한 노사정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하고, 동국대 강경훈 교수가 '금융권 경영환경 악화 원인 및 대응방안'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배현기 소장이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권 구조조정'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권순원 교수는 주제 발제에서 "최근 금융권은 은행·증권·보험업을 불문하고 모두 3저 현상에 시달리고 있고, 이에 따라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등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은행산업의 경우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으로 큰 손실을 야기 시킨 건 '비이자부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영업점포 축소 및 직원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의 수익성 악화와는 관련이 없으며, 우리나라 성인 인구 10만명 당 점포 수도 OECD평균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응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성인 인구 10만명 당 점포 수는 18.4개로 OECD평균 25개에 못미친다.
권 교수는 이어 "단기적인 비용조정을 목적으로 구조조정을 서두르기보다는 지속적인 금융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숙련된 금융 인력에 대한 투자 및 안정된 근로 여건의 보장, 그리고 지점과 영업점을 유지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훈 교수는 "최근 금융권 경영악화는 오버뱅킹, 비용과다 등의 원인보다는 대내외 실물경제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가운데 저성장, 고령화, 창조혁신, 해외진출 등의 추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데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결국 비용 감축보다는 수익 증대가 훨씬 더 중요한 시점이며, 해외 진출 등 수익 창출이 되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와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어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기적 인력감축이 아닌, 인력 재배치 및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지속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배현기 소장은 "최근 글로벌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국내 금융사들은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증가, 오프라인 금융축소 및 모바일 금융 확대, 비금융회사의 금융 산업 진출 확대, 저수익 기조 고착화 등 내외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반은행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는 지난 2008년 5.76%에서 지난해에는 2.69%로 급감했다.
배 소장은 "금융권은 이에 대응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뿐 아니라, 근로자, 경영자, 주주, 고객 정부 등 이해관계자 사이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한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숭실대 윤석헌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3명의 발제자와 노사정 및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8명의 토론자가 참석했다.
주제발표 이후 노동계(전국금융노조, 사무금융서비스노조), 경영계(은행연합회), 정부(고용부, 기재부) 및 학계 전문가(한신대, 금융硏, 노동硏)의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