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유일의 퇴직금 누진제 채택
[뉴스핌=한기진 기자] “희망퇴직하면서 받는 돈이 최고 10억원이라는데...
요즘 한국씨티은행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주는 직원들에게 주는 보상금 규모가 동종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인력구조조정이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씨티은행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러움(?)까지 받고 있다.
종전 최고 기록은 KB국민은행이 2010년 10월 실시했던 희망퇴직으로 위로금으로 최대 36개월 치 연봉에 자녀 대학 등록금을 지원했지만, 총 보상금 규모가 씨티은행의 절반 수준이었다.
씨티은행 전 직원(4240명)의 15%가 넘는 7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애초에는 점포 30%를 폐쇄하면서 약 650명을 명예퇴직시킬 계획이었다. 이 같은 신청 현황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서라고 입을 모은다. 이달 말 희망퇴직금이 모두 지급된다.
씨티은행의 보상금 규모가 커진 이유는 위로금을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60개월 치에 해당하는 연봉을 주는 것도 있지만, 퇴직금 규모가 타 은행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퇴직금제도는 모두 단수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씨티은행만 누진제다.
단수제는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지급률을 1로 곱하는 방식으로 근속연수가 10년이든 20년이든 기본 퇴직금 산정액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금을 지급한다.
누진제는 기초임금에 소정의 지급률을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되 지급률이 근속연수에 따라 증가하도록 설계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5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법정 퇴직금의 1.3배, 10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1.5배를 누진 적용해주는 식이다. 당연히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가산율이 커져 오래 일할수록 퇴직금 규모가 가속도로 커진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퇴직금 누진제보다 단수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공기업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기업도 단수제로 전환해가는 중이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의 경우 본인의 퇴직금이 75%가량 삭감되는 데도 단수제로 올해 3월 전환하며, 전 임원에 대해서도 적용키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불황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퇴직금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씨티은행도 소매금융시장에서 위축되는 가운데 직원들의 늘어나는 퇴직금을 고려해 인력 감축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대가가 많은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모 본부장은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 자리를 못 잡고 있으면서 지점을 폐쇄하고 PB서비스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퇴직금 규모가 증가하는 것을 내버려 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