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400불,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만들어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해외 여행객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18년째 변화가 없는 면세한도 400달러(약 40만원) 규정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 국내 소비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면세한도 상향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사문화된 규정이라는 평가가 많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에 나갈 때 3000달러(약 305만원) 이내에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 다시 들어올 때는 400달러까지만 세금을 내지 않고 초과할 경우 과세한다. 여기에 술 1병(400달러, 1ℓ 이하)과 담배 1보루, 향수 1병(60㎖까지 면세혜택을 볼 수 있다.
지난 3월 국내 한 면세점이 내국인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을 조사한 결과 530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면세한도가 너무 낮아 한도를 초과해 물품을 구입한 뒤 짐에 몰래 숨겨 들여오다 적발되거나 아예 해외 면세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관세청이 2012년 66만7000건의 여행객 휴대품을 조사한 결과 43.6%인 29만1000건이 면세 한도 초과로 적발된 바 있다.
신혼부부의 경우 보통 800달러(약 81만원) 이상 면세 쇼핑을 한다는 점도 현행 면세한도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점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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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면세점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문제는 면세한도 400달러 규정조차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여행사이트에 "가족 3명이 태국에 여행을 갔다가 가방, 지갑 등을 구매했는데 1200불을 넘겼길래 세관에 신고하러 갔더니 400불 넘는 물건이 있는지 묻고 없으면 그냥 가라고 했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도 "웬만한 명품 아니면 그냥 재량으로 봐주는 것 같다"며 "고가 명품가방이나 시계 이런 걸 주로 검사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면세한도가 너무 낮다보니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국민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월2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88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해외여행객 1인당 면세한도가 400달러인데 그 사이 소득은 5배가 늘어났는데도 금액은 제자리"라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면세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32개 나라 가운데 29번째로 낮다. 일본은 2400달러, 미국은 800달러로 높고 한국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낮은 대만도 678달러다.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는 반대 의견도 충분히 검토한 뒤 내년 세법개정안 확정 전(7월중)까지 인상 방안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세법개정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며 "면세한도 상향이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높아진 국민소득과 자유무역협정 확대 등을 감안했을 때 면세한도를 600~1000달러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