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이 영업 제한·개인성과급 폐지 등 신선하나 경영성과 미지수"
주진형 한화증권 대표이사 |
지난해 7월 내정돼 9월 취임한 주 사장은 우선 외국계 증권사들만이 간간이 내놓던 '매도(sell) 의견' 리포트를 양성화시켰다. 주식 회전율을 제한해 소위 '주식 뺑뺑이'도 사실상 없앴다. 인센티브 중심의 증권업계 보수체계에도 메스를 들이대 개인성과급을 폐지했고, 책임경영 차원에서 임원들에게 연봉의 절반 이상을 쏟아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사도록 했다.
3년째 이어지는 적자기조 속에서 뭔가 변화를 하지 않으면 자칫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몸부림이었다.
이 같은 한화의 변화에 대해 증권가 안팎에선 초기 '신선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법인영업 비중이 큰 증권사로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을 굳이 '셀' 꼭지를 달아 내놔야 하냐"는 내부 불만도 있었지만, 증권업계 오랜 관행을 허물려는 시도로서 '셀' 리포트는 평가받을 만했다.
한화는 '주식 뺑뺑이'로 불리는 브로커리지부문 역시 개혁을 단행했다. 이 또한 중장기 관점에선 국내사들이 나가야 할 방향이란 점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주 사장은 주식 회전율을 분기, 연간 단위로 최대한 제한시켰고 그 이상 거래가 이뤄지면 경위서를 제출하게 했다.
물론 주식영업을 잘 하는 일부 '선수'들의 이탈과 대형사가 아닌 중형증권사로서 수수료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은 있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미 대형사들이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여타 회사들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개인 성과급 제도도 폐지했다. 그리고는 임원들로 하여금 평균 연봉의 일정비율 이상을 자사 주식을 사게끔 했다. 일명 '임원 주식보유제도'다. 일단 임원들부터 시작했지만 이후 직원들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잘 아는 펀드상품만 팔겠다는 '코아 펀드전략', 임직원들의 자기계발비 적극 지원 등 한화증권 조직문화와 영업관행을 바꾸기 위한 주 사장의 참신한 시도는 이어져 왔다.
주 사장은 변화의 단초를 어디서 얻었을까. 취임 이후 공식기자간담회나 언론접촉을 극도로 피하는 그만의 스타일로 인해 본인의 입을 통해 들을 수는 없었지만, 안팎에서 나오는 전언을 종합해보면 '외부 벤치마킹'이 원천이었다.
예컨대 임원 주식보유 제도는 스웨덴의 '한델스방켄'에서 따온 대표적인 시스템이다. 지난 5월초 스웨덴의 한델스방켄을 시찰하고 온 주 사장은 이후 임원들을 데리고 다시 스웨덴을 찾았다고 한다.
한델스방켄은 금융 위기 동안에도 단 한명의 정리해고가 없었던 은행. 블룸버그 선정 '세계서 가장 튼튼한 은행' 랭킹 2위(2011년)에도 올라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작은 오지마을에도 지점을 열고 지점의 상당수가 토요일에도 일을 하는 고객 위주의 경영을 펼치는 이 곳이 주 사장이 벤치마킹대상이었다.
한델스방켄은 여타 은행들이 주는 개인성과급 대신 매년 초과 성과급을 전 직원에게 직급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자사주 형태로 지급한다. 환급시점은 60세부터다. 단기수익이 아닌 장기 건전성과 성장성을 중시한 전략에서다.
주 사장은 이 같은 제도를 한화증권에 적용키로 했다. 임직원 주식보유제도, 즉 최근 3년동안 받은 연봉과 성과급을 합한 평균소득에 따라 대표이사는 150%, 본부장은 100%, 기타 임원들은 50%씩 매입비율을 정하고 이를 6개월내에 매입토록 했다.
예컨대 연봉 2억원의 본부장은 6개월내 자사주를 2억원어치 매입해야 한다. 팔 수 있는 시점은 퇴직이후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한화증권의 임원 주식변동보고서가 매일같이 뜨는 이유다.
올해부터 시행된 한화증권 직원들의 자기계발비 확대정책도 외부 벤치마킹 사례 중 하나다. 이는 국내 미용업계에서 승승장구해온 준오헤어의 직원교육에서 따왔다고 한다. 주 사장은 올초 부지점장 이상 임직원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에 초빙강사로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를 불렀고 그로부터 직원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직원들에 공감시켰다.
자기계발비의 경우 직급별로 금액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대비 평균 4배 가량이 인상됐다. 또한 과거엔 직무와 관련된 자기계발 지원만 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침체되는 경영환경에서 직원의 20%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아픔을 겪은 뒤 올해 소폭이나마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이 같은 변화의 결과라고 회사측은 강조한다.
하지만 안팎의 반응은 주 사장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침체돼 있는 듯하다. 리서치는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매번 20% 비중의 '매도' 리포트를 써내는데 힘들어한다. 트레이딩과 주식을 매매하는 지점에선 성과급 폐지에 동기부여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저 당분간 조용히 살아남는게 차선책이란 공감대가 퍼져 있다.
한화증권 한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은행과 달리 단기 성과의 의미가 큰 증권업계는 아직까지 개인성과급 없이는 성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의 경우 한델스방켄을 벤치마킹할 수는 있지만 증권사는 경영환경이 전혀 다르다. 1분기 흑자전환 역시 거래소 배당금(9억6000만원)을 빼면 사실상 적자"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도 주 사장의 시도에 대해 "참신한 행보를 보이지만 이것이 경영에 긍정적일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며 "과거 삼성 대우 우리 등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컨설팅을 한 경험 때문인지 컨설턴트의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차가운 평가를 내렸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