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 최영수 차장 |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종목에 대해 때때로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동안 '매수' 의견으로 일관했던 증권업계의 그릇된 관행 때문이다. 주가라는 게 늘 등락이 있기 마련인데 날마다 '매수' 의견을 제시하는 리포트만 쏟아내니 투자자들로서는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기 마련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의견을 낼 때마다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는 것도 우리 자본시장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증권업계는 향후 유망한 종목을 발굴해 리포트는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매수'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포장된 변명이고 실제로는 상장사들의 채권을 매매해 수익을 올리는 '을(乙)'의 입장에서 매도 의견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깔려 있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섣불리 매도 의견을 냈다가 해당 상장사가 물량을 모조리 회수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통에 리포트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그동안 종종 있었다.
때로는 매수리포트가 유망 종목을 미리 사들이고 '뒷북 투자'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자사나 계열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매수리포트를 남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수리포트가 나오면 주식을 매도할 시점이라는 조소 섞인 얘기도 공공연히 나돈다.
금융투자업계가 이처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한화투자증권의 '매도리포트' 선언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체로 '자충수'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며, 일각에서는 후발주자의 '궁여지책'쯤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투자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화증권의 용기있는 도전과 실험이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듣기로는 주진형 사장이 직접 매주 회의를 진두지휘하며 구습을 타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설령 궁여지책으로 시작했더라도 상관없다. 투자자들은 용기있는 변화에 박수를 보낼 것이고, 이 같은 신뢰는 기업이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약처럼 한화증권의 성장에 보약에 되기를 바란다.
다른 대형사들도 우려의 시선으로 눈총을 보낼 게 아니라, 그릇된 관행을 반성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함께 동참하기 바란다. 오늘날 자본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는 그들이 올바른 문화를 선도하지 못한 이유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