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경제학자가 할 일은 위기에 대한 해결책 조언"
[뉴스핌=김성수 기자] "경제학자들이 미래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며, 또한 불필요하다." 미국 국채 금리가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러한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팀 하포드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칼럼니스트 [출처: 위키피디아] |
룬가니 이코노미스트는 앞서 국제전망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Forecasting) 2001년호에서 1990년대 경제전망이 얼마나 잘 맞는지 조사한 결과 두 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는 각 기관별로 전망치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IMF·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 민간 연구소의 전망치를 통틀어 비교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는 경제학자들이 전망한 내용은 실제 결과와 비교해 너무 오차가 컸다는 사실이다.
루가니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자들이 경제 위기를 예측하며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도 조사했다.
컨센서스 포캐스트(Consensus Forecasts)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9월까지만 해도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를 맞을 국가가 하나도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는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벌어진 이듬해로, 이미 경제 전반에서 위험신호가 울리고 있었다. 앞서 2007년에는 영국 대형저축기관 노던 락(Northern Rock)이 도산했으며, 2008년 3월에는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했다.
하포드 칼럼니스트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결과를 봐도, 조사 대상인 77개국 중 절반이 넘는 49개 국가가 지난 2009년 경기 침체를 겪었다.
루가니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자들이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데 속수무책이라는 말은 전혀 틀린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하포드는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틀렸다 해서 이를 꼭 그들의 잘못으로 돌릴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 벤 추 경제에디터는 지난 20년간 발표된 통계 수정치를 반영해 1990년대 영국 경기침체기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0년대 영국 경기는 비교 대상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과 다르게 나왔다.
1995년 관점에서 보면 1992년 후반 영국은 1988년 초반보다 경제 규모가 작았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1992년 후반 영국 경제규모는 1988년 초반보다 약 6%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통계청(ONS)이 경제규모 추산을 위한 통계방법을 대폭 수정했기 때문이다.
하포드는 "과거를 판단하는 것도 이처럼 불확실한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오류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기관에 소속된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자신의 예측치가 컨센서스 포캐스트에 포함될 경우 중간값을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포드는 언급했다.
컨센서스 포캐스트에서는 서로 다른 방법론을 통해 얻은 여러 전망치를 다시 결합해서 최종 예상치를 내놓는다. 이 경우 대다수 국가에서는 경기침체 기간이 극히 짧은 시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중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전망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대다수와 다른 전망을 내놓고, 결국 이들의 생각이 맞다고 판명나 언론의 주목을 끄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하포드는 "이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미래 예측 결과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경제학자는 스스로를 치과의사라고 생각하고 좀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경제학자한테 미래에 닥칠 경제 위기를 예측하라는 것은 치과 의사한테 이가 썩는 방향을 예측하라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하포드는 "아무리 자존심 있는 치과의사라도 환자의 이가 언제 빠질지 예측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학자가 할 일은 위기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조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