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9개월 만에 66% 급감
[뉴스핌=이준영 기자] "코넥스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주식 매수 시 3억원 이상 예탁해야 하는 요건 때문에 일반투자자가 많지 않고, 이 때문에 거래대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 코넥스 상장기업 관계자의 얘기다. 코넥스 상장기업들은 기본예탁금제도 기준 완화를 요구해왔지만 지난 4월 15일 이후 진행중인 코넥스시장 규제 합리화 방안에서도 무산되는 상황이다.
기본예탁금제도란 코넥스시장 상장주권 매수시 3억원 이상을 예탁하도록 한 제도다.
26일 이명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이번 개정안에서 코넥스 기본예탁금 완화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앞서 양태영 한국거래소 코넥스팀 부장도 "예탁금 기준선 인하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협의했으나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라 이번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며 "예를 들어 예탁금 요건을 1억원까지 낮추면 개인 투자리스크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코넥스 기업, 기본예탁금 완화 무산에 '우려'
업계는 코넥스시장 기본예탁금제도 3억원 기준 완화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했다. 코넥스 거래대금이 대폭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의 진입문턱을 낮춰야 주식발행을 통해 초기 중소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코넥스의 목적이 의미가 있을 것란 얘기다.
코넥스시장의 지난 4월 거래대금은 34억원 규모로 개장 초기인 지난해 7월 100억원 대비 약 66% 줄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본예탁금제도 3억원 규제를 낮출 필요성이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명목이라 하더라도 3억원은 지나치게 높기때문에 1억원 정도의 예탁금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스닥과 같은 성격을 가진 런던 AIM(대체투자시장)도 투자자 진입 조건이 높았는데, 거래가 일어나지 않자 규제를 완화해 활성화에 성공했다"며 "해외시장도 거래활성화를 위해 진입규제를 낮추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특히 코넥스 활성화 여부의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코넥스 상장 기업들은 기본예탁금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넥스 상장 A기업 관계자는 "투자자가 거의 없기에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며 "부담이 큰 예탁금제도가 시장 활성화의 장애요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기본예탁금제도는 투자자보호를 위한 규제장치지만 이처럼 거래가 늘지않는 상황에서는 이 기준선을 줄이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 회사는 코넥스 상장 초기에는 상위권에 속했지만 투자자는 늘지않고 상장사만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주식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상장기업 B사 관계자도 "개인예탁금 제도가 코넥스시장이 죽어가는데 어느정도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라며 "제도 완화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3억원 기준 자의적… 일임형펀드 예탁금 면제로 투자 활성화? '글쎄'"
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예탁금 3억원 기준의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규제 완화책으로 내놓은 일임형펀드 예탁금 면제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코넥스 관련 업계는 기본예탁금 기준이 자의적이고 형식적이라며 지적했다. 개인투자자 규제기준을 보유금액이 아닌 다양한 차원의 질적 기준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금액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를 규제하는 것보다 투자경험과 전문성, 투자위험 감수능력, 정보접근성 등 다양한 차원에서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코넥스 상장기업 부장도 "기본예탁금 3억원 기준은 인위적"이라며 "3억원이 없는 사람은 투자능력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김성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사무관은 "3억원 기준은 그 정도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투자손실 감당능력이 있다고 보기때문에 설정한 것"이라며 "3억원을 보유하지 못한 개인들의 투기적 투자는 위험하다"는 판단이라고 답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개정안에서 새로 허용되는 '일임형(랩어카운트)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통한 투자시 개인투자자 예탁금 규제 면제'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이 대책은 금융위와 거래소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코넥스시장 투자수요 확충을 위한 투자자 규제완화 개선안 중 하나다.
김 사무관은 "일임형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를 통한 투자 시 예탁금 적용을 면제한 것은 규제완화 측면에서 실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랩어카운트를 통한 투자도 그 중 일부만 코넥스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규모의 자금이 들어오긴 곤란할 것 같다"며 "랩어카운트가 코넥스에 투자하는 전체 투자금은 전체의 30%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에 코넥스 거래량 증가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넥스 상장 A기업 관계자도 "일임형 투자에서 개인투자자 예탁금을 면제하는 것이 코넥스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이보다 예탁금 제도를 완화시켜 개인투자자 문을 넓히는 게 시장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이준영 기자 (jlove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