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지속되면 수출가격 떨어지며 수출 늘 것"
[뉴스핌=김선엽 기자] 일본의 엔저정책에도 수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 수출가격 인하에 인색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13일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국제종합팀 곽준희 조사역은 '엔저의 수출 파급효과 제약요인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행의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에 따른 엔화 절하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은 예상과 달리 현재까지 크게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들어 수출금액(엔화 표시)은 전년대비 9.5% 증가하였으나, 이는 엔화 절하에 따른 엔화표시 수출가격 상승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수출물량은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곽 조사역은 그 이유로 일본 기업들은 엔저에도 불구하고 현지통화 표시 수출가격을 크게 인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은 과거 엔화 절상기에 악화되었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현재의 절하기에도 수출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가격결정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료 : 한국은행 '엔저의 수출 파급효과 제약요인 분석'> |
엔저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기업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환율 경로에 대한 전망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어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엔저 지속을 전제하고 수출가격을 인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서술했다.
일본은행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기업들은 2014년도(회계연도 기준) 대미달러 환율이 과거 엔화 절하기의 115∼120엔보다 큰 폭 낮은 99.6엔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밖에 글로벌 경제여건의 변화와 중국 등 신흥국들의 추격도 일본 수출의 증가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곽 조사역은 "세계성장률이 위기 이전 수준을 밑돌면서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기계·기기류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과거에 비해 미진하다"며 "또 중국 등 신흥국의 빠른 추격(catch-up)에 따른 수출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세계시장의 수요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 미흡 등으로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여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엔저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일본의 수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엔화 절하폭이 더욱 확대되고 엔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정착될 경우에는 일본의 수출기업들은 수출가격을 하향 조정할 여력이 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엔저의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나, 향후 엔화 절하폭이 보다 커질 경우 일본 기업들이 제품단가 인하는 물론 투자 확대, 신제품 개발 등의 전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