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카드사태 잇따른 금융사고로 규제개혁 힘 잃어
[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현장에 숨어있는 규제들을 낱낱이 걷어낼 것이다."(신제윤 금융위원장, 지난 13일 6개 금융지주회장과의 간담회 모두발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견인차는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라고 밝히면서 "상반기 중에 손에 잡히는 규제개혁을 위해 금융규제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터진 카드사의 사상 최대 개인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지난 2월까지 발표하고, 새정부 출범 1년이 되는 3월부터는 금융분야의 규제개혁에 전면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현한 것이다.
신 위원장은 13일에도 6개 금융지주회사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의 신뢰회복을 강조하면서도 "금융을 미래의 5대 유망서비스산업 중 하나로 육성해 나가기 위해 금융규제를 과감히 풀어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4일 검찰 발표를 통해 카드 3사를 통한 8000만건의 2차 유출이 확인되면서 금융규제 이슈는 정보 유출 이슈에 또 다시 묻혀 버렸다.
지난해 하반기 터진 동양사태와 연초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태 등 잇따른 금융사고로 금융·자본시장에 대한 규제개혁 논의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A은행의 부행장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로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할 상황"이라면서 "솔직히 금융회사 입장에서 금융규제 개혁과 관련해 강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신 위원장도 6개 금융지주사 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산업은 창조적 금융기법으로 실물경제를 뒷바침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도 모자란 상황"이라면서 "여전히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 현실이 매우 답답한 심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박 대통령이 "규제 시스템 자체를 개혁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이달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규제를 암덩어리로 생각하고 확 들어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언급하면서 금융·자본시장에서도 규제개혁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금융당국은 법령·규제 같은 명문화된 규제, 공기업·협회 등의 행저지도 같은 비명시적 규제를 찾아 규제의 전면 재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명시적으로 등록된 규제는 3월 현재 876건에 이르고, 비명시적 규제도 756개에 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됐는데 강화된 규제들이 현재 상황에서도 존치가 필요한 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특이 업무영역, 신상품 개발, 자산운용분야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 검토, 자본·보험 분야의 덩어리 규제 일괄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숨은 규제 찾기'를 위해 금감원, 협회, 금융공기업, 증권 유관기관 등 기관별로 외부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자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기관장 책임 하에 숨은규제 개선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숨은규제 리스트를 만들고 목록에 있는 규제·불편사항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일괄적으로 10% 개선을 추진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최근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로 중요한 금융규제 개혁 이슈가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현재 파생상품 시장 등에서 과감한 규제개선이 이뤄져야 활력을 잃은 시장도 숨통을 틜 수 있다"면서 "금융사고에 대한 강한 처벌과 대책과는 별개로 금융·자본시장의 규제개선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