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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덩어리 규제]③ 막힌 고용..대기업 빈자리 '외국계 몫'

기사입력 : 2014년03월19일 10:19

최종수정 : 2014년03월20일 10:08

재계, 낡은 규제 등 개선 건의.."현장중심 노력 필요"

[뉴스핌=이강혁 기자] 대기업 계열의 외식업체 A사는 지난해 국내 투자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다. 올해 역시 투자 계획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에 따라 A사가 운영하고 있는 프렌차이즈 브랜드들의 국내 신규 출점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A사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해외 투자를 크게 늘렸다. 해외 매장 수는 2012년 대비 무려 36% 이상 증가했다. 국내의 성장 정체를 해외에서라도 메워야 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는 사이 A사는 국내외 미스매치로 손익이 실(失)쪽에 쏠렸다. 고용 역시 프렌차이즈 브랜드 한 곳이 신규출점할 때 1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에서 크게 축소된 상태다.

A사 관계자는 "국내의 수익으로 해외에 투자하는 구조이나 결과적으로 국내가 부진해 전체 손익에는 차질이 예상된다"며 "선순환 구조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A사가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혜택을 봤을까. 결론적으로 보자면 어디서도 '살맛 난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은 여전히 어렵고 중소기업의 자생력이 높아졌다는 반가운 소식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규제의 취지가 무색하게 오히려 빈자리는 일본 등 외국계 외식업체들의 몫이 됐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이같은 규제가 엉뚱한 방향에서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강한 불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등 창업활성화의 정부 시책과도 비대칭을 이룬다"며 "소비자의 선택권 측면에서라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18년 전 낡은 규제 그대로..신사업 창출도 가로막는다

재계가 경제민주화 법안부터 해묵은 정부의 각종 규제책에 가로막혀 신음하고 있다. A사를 옭아메고 있는 중기적합업종 지정의 경우는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지만 좀더 디테일한 배려가 있어야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장중심으로 규제를 보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라며 "경제활성화 기조로 규제 개선이 추진되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개선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각 대기업들은 각종 규제의 덫에 걸려 성장과 투자, 고용의 경영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중견,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부 규제를 위한 규제가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지난해 말 전국 40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자체 기업 활동 규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7.2%가 '우리나라의 규제수준이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설문대상 59.1%의 기업은 '현재 규제로 인해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규제애로의 원인으로는 '법령상의 과도한 규제'(48.3%)가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기업들의 속내는 이렇지만 정부를 상대로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어렵다. 정부가 각종 간담회를 통해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혹여 불똥이라도 튈까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에 건의한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과제'는 이런 맥락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서비스산업에서만 불합리하거나 낡은 규제, 창조경제 시대의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 등 개선이 필요한 규제가 무려 94개나 추려졌다.

전경련에 따르면 대표적인 신사업 창출 저해 규제는 전자문서업무 관련 방문판매법 적용 배제, IT기기를 활용한 원격진료 허용 과제 등이 꼽힌다.

방문판매업 규정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의 신사업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은 여러차례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부분이다. 금융기관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해 지점외부에서 계좌개설 및 상품가입이 가능한 전자문서업무를 신규 사업으로 진행하는데 이런 행위가 방문판매법의 규정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비스산업과 타산업과의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는 향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까다로운 현행 법률 절차가 급속하게 진화하는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단적으로 최근 S사의 최신 스마트기기는 의료기기법에 따라 곤혹을 치뤘다. 스마트폰 등에 심박수와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기능을 탑재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기기에 대해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리면서 신제품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지는 않게 됐지만 혹여 출시가 지연됐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S사의 시장선점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외국환거래규정은 해외 직접투자에 걸림돌이되는 불합리한 규제로 꼽혔다. 해외 직접투자를 하는 경우 계약전 송금금액을 1만달러 이내로 제한하는 이 규정으로 인해 2009년 L사는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팜 농장 지분매입 과정에서 협상이 지연돼 최종 협상 시 가격보다 20~30% 인상된 비용을 치르고 지분을 매입해야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18년 전 만들어진 낡은 규제도 여전히 적용되면서 불편을 낳고 있다. 해외여행자 1인당 면세금액 400달러 이하 규정이 그것인데, 같은 기간 국민총소득은 81%, 소비자 물가는 68%나 상승했지만 이 규정은 제자리 걸음이다.

고용이 전경련 규제개혁 팀장은 "창조경제 시대에 부응하도록 서비스산업의 신사업 창출을 저해하거나 낡은 규제, 타산업과의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들이 시급히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딘 정책.."기왕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라"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를 위한 규제'만큼이나 정부의 정책이 정작 필요한 곳에서는 더디기만 하다는 점도 큰 불만이다.

단적으로 국민들의 전력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시스템, 즉 ESS(Energy Storage System)의 활성화와 보급화는 1년이 넘도록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ESS의 높은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 본 전 세계 선진국들은 ESS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ESS 설치 보조금 사업을 추진 중이고 파나소닉, NEC 등 주요 IT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ESS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세계 최초로 ESS 설치 의무화 법안(공급전력의 2.25%, 2020년까지 5% 의무설치)을 제정했다. 2014년부터 발효된다.

유럽도 이미 Sol-ion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2020년까지 유럽내 태양광발전 시설의 12%에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에너지저장 기술 개발 및 산업화 전략(K-ESS 2020)을 수립하고 6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 개발 및 설비투자를 실시해 2020년까지 세계시장 30%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와 업체가 ESS 개발을 앞다퉈 추진하는 상황에 우리 정부와 관련업계가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성을 따지는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전에 한국의 ESS사업은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한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적 움직임은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그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시기"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하루가 뒤쳐지면 따라가는 데 한달, 일년이 걸리는 문제인만큼 기왕에 할 규제 개선이라면 하루라도 빠르게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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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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