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TF, 정신적 피해 남용 따른 부작용 우려
[뉴스핌=김연순 기자]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 도입 등 정보유출에 따른 피해자 구제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집단소송제 대상 중 '정신적 피해'는 사실상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신적 피해까지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될 경우 남발·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집단소송제 도입에 따라 회사들이 실제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14일 금융권 및 정부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배상명령제 등에 대해 안전행정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부입장을 마련해 4월에 국회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집단소송제를 포함해 징벌적 피해구제 수단에 대해 범정부TF(태스크포스)에서 논의하고 있다"면서 "집단소송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구체적인 대상 등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것이 많아 결론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한 사람이 승소하면 기업이 피해자 모두에게 물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집단소송제가 이뤄지면, KB국민카드를 통해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가 3000만명이라고 가정할 때 단순히 10만원(재판 승소 가정)만 계산해도 3조원을 배상해야 한다.
범정부TF측은 정신적 피해까지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할 경우 기업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뿐 아니라 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신적 피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송 남발로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선 고위관계자는 "집단소송 중 정신적 피해를 인정할 경우 모든 것이 집단소송 사안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법률사무소 '사람&사람'의 최우식 대표변호사도 "단순 유출만 가지고 집단소송제를 하게 되면 이번 카드사 정보유출의 경우 몇천만명이기 때문에 기업은 망하게 된다"면서 "단순 유출로 모든 소송이 집단소송화되면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범위를 축소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집단소송제 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도입되더라도 그 대상 범위는 지극히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 높다. 예를 들어 정보유츨 단계를 3단계(단순 1차유출, 2차유출, 2차 유출에 따른 재산상 손해)로 나눌 경우 3단계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우식 변호사는 "유출된 정보가 범죄집단에 넘어간(2차유출) 다음 보이스피싱 등을 통해 실제 재산상 손해를 입은 자에 한정해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보유출에 따른 물질적 피해의 경우 집단소송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법제도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세부적으로 정치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 정보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배상명령제, 집단소송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법체계와 어떻게 되는지와 소비자 필요성 등 전반적 균형을 봐야 하므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현재 개인정보 유출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5000명은 KB국민카드 등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