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력잃은 증시, 부동산 경기 회복이 유일…가계부채 발목
[뉴스핌=한기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발표된 지난 2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1964포인트로 마감했다. 정부의 핵심 경제공약이 나온 것 치고 상승률이 초라했다. 한 운용매니저는 “외국인은 정부 정책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데 미미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26일에도 코스피는 소폭 오른 1967포인트 선에서 움직이며 경제혁신 계획이 투자심리를 자극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년내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에 미련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의 분위기는 증시 활력 기대보다 수혜주 찾기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해야만 증시의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정부도 경제혁신 계획에 핵심 과제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가처분소득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5% 포인트 낮추기로 했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자극하지 않는 부동산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시에서 부동산 경기가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더 커졌다. 증시 탈출 욕구가 너무 커졌다는 데 이유가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 전월세 비용 증가, 내수침체에 따른 투자재원 부족, 주식형 투자 상품의 장기 수익률 불만,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 및 보험 선호….’ 장애물이 워낙 많아 때문에 투자재원 경로는 부동산 경기 회복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거시적으로 보면 가계부문의 부실 개선, 내수침체 탈피와 증시 내부적으로 기업 배당이 늘어야 하고 한국이 선진증시에 편입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적어도 증시 부진 탈피는 부동산 시장 회복이 과거에 비해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드시 가격이 오르지는 않아도 거래량만이라도 늘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증시도 함께 오르는 학습효과가 있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2년차에는 코스피와 주택매매가격이 함께 오르는 경향이 많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집권 2년차였던 1989년, 전년보다 코스피는 0.28%,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전국)는 14.66% 각각 올랐다. 다른 대통령의 집권 2년차를 살펴봐도 김영삼 전 대통령 1994년(코스피 18%, 주택매매가격 0%), 김대중 전 대통령 1999년(코스피 82%, 주택매매가격 3%), 이명박 전 대통령 2009년(코스피 49%, 주택매매가격 2%) 등의 흐름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2년차인 2004년에만 코스피가 10% 오른 반면 주택매매가격은 2% 떨어졌다.
그렇지만 금융투자업계는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지만 실현 가능성은 자신하지 못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가계부채 축소와는 다른 방향의 정책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양책이라기 보다 위기관리, 후속 대책 수준으로 보기도 한다. 수도권 등 주요지역 부동산 가격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상승세가 꺾인 반면 최근까지 지방 부동산 시장이 간극을 줄이면서 수준이 올라왔는데, 더 오르기 힘든 상황이 되자 추가 대책이 없으면 동반 하락할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위기 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가계부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면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 중심을 둘 테지만, 부동산경기 회복에 중심을 두는 정책을 편다면 ‘부동산규제 완화’를 중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