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저하, 정치 리스크 등 PIGS와 흡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모간 스탠리가 지칭한 이른바 ‘취약한 5개국(Fragile Five)'이 최근 극심한 통화가치 하락에 홍역을 치른 가운데 아직 최악의 상황이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이들 신흥국의 상황이 유로존 부채위기가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하기 이전 주변국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출처:뉴시스) |
지난해 8월 모간 스탠리가 이른바 ‘취약한 5개국’으로 지목한 브라질과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그리고 남아공이 이번 이머징마켓 매도 공세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5~20% 급락한 이들 통화는 최근 일부 국가의 금리인상에도 하락 압박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UBS는 30일(현지시간) 투자 보고서를 통해 5개 신흥국 가운데 특히 터키와 남아공, 브라질은 외부 여건에 취약한 상황이며, 최근 통화 가치가 급락했지만 여전히 적정 가치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중국의 그림자 금융 및 경기 둔화 리스크 등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따라서 투자자들의 패닉 매도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 HSBC의 스티븐 킹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5개 신흥국이 부채위기가 본격화되기 전 유로존 주변국과 흡사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고, 정치적인 혼란도 공통점이라는 지적이다. 5개 신흥국은 올해 일제히 총선을 앞두고 있고, 이로 인해 구조적인 개혁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킹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도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터키 총리는 사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정책 운영 실패 이외에 부정 행각까지 맞물리면서 정치 리스크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남아공 역시 다수당 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고, 인도 역시 구조적 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꼬리를 물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6월 올림픽 게임에 힘입어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BNP 파리바의 도미니크 브라이언트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적지 않아 외풍과 위기 전염에 무방비 상태”라며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한편 인플레이션의 상승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