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맏형인 현대차가 먼저 3년 만에 한 자리수대의 영업이익률을 발표한 데 이어 기아차 역시 2년 만에 첫 영업이익 감소라는 다소 초라한 성적을 공개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경제의 회복 조짐으로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을 늘렸다는 점에서 위안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내수 부진과 함께 원화 절상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현대차가 공개한 2013년 연간 경영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8조 3155억 원으로 전년대비 1.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012년 10%에서 지난해 9.5%로 3년 만에서 한 자리수대를 기록했다.
다만 매출은 해외 판매 호조로 전년 대비 3.4% 늘어난 87조 3076억 원을 기록했다.
기아차 실적 역시 지난해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은 47조 59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8%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3조 1771억 원으로 9.8% 감소했다.
양사 모두 지난해 해외 판매 증가분을 내수 부진이 상쇄하면서 실적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내수 판매는 64만 698대로 전년대비 4% 감소한 가운데 기아차 역시 45만 7787대로 4.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해외공장 판매는 현대차가 291만 2221대로 전년대비 16.5% 증가했으며 기아차도 122만 9271대를 판매해 8.7%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국내시장에서는 계속되는 소비 부진과 FTA 관세 인하 효과에 따른 수입차 공세로 내수 판매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내수 부진과 함께 환율 변동성도 실적에 큰 변수로 반영됐다. 지난해 원화는 4분기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달러에 비해 3% 절상됐으며 엔화에 대해서는 2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엔화의 가치는 지난해 아베노믹스 효과로 달러에 대해 2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와 주요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토요타는 같은 기간 총 998만 대를 판매해 2년 연속 글로벌 1위 자리를 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타의 지난해 4분기 이익은 GM과 폴크스바겐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만 기아차는 아직 일본 업체들의 엔저 효과에 대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우정 기아차 재무관리실장(이사)은 "미국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과하게 판촉 행사에 나서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엔저에 따른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 잠식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되지만, 신차 출시를 통해 해외 시장 공략과 브랜드 이미지 재고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와 에쿠스, 쏘나타 등 주력 신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기아차 역시 쏘울과 쏘렌토, K9 등 신모델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