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원칙대로 패키지 매각해야"
[뉴스핌=노희준 기자]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의 돌발 제안으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전에 논란이 있지만, 애초의 '1+3 패키지(증권+자산운용+생명+저축은행)' 매각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원칙이냐 실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이 깨지면 결국 실리도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파인스트리트는 우투 패키지 매각 본입찰에서 두 가지 인수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3 패키지'에는 1조1000억원 중반대를, '증권+자산운용' 조합에는 1조2500억원'을 써냈다.
이는 패키지 매각을 풀어 최고가를 써낸 쪽에 해당 매물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속내도 비슷하다. KB금융은 패키지 인수가(1조원 초반)를 가장 낮게 제안했지만, 우투증권에는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패키지 매각을 푸는 것은 정부가 애초에 밝힌 매각 원칙에 어긋난다. 스스로 정한 게임의 규칙을 게임이 진행되는 도중에 뒤집는 격이다. 당연히 다른 참여자의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패키지 인수에 가장 높은 가격(1조1000억대)을 써낸 농협금융은 소송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파인스트리트 제안 등이 수용되면)기본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법적 절차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딜은 매각 주체는 우리금융이지만,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사실상의 공적 딜이다. 공적 딜에서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깨는 것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트려 다른 매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나쁜 선례'가 남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금융의 지방은행 매각 본입찰도 코앞으로(오는 23일) 다가왔다. 원칙이 한번 깨진 상황 속에서는 또 다른 제2, 제3의 돌발 제안을 배제할 길이 없다. 복잡한 경우의 수가 돌출되고 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특혜와 불공정 시비가 불거져 결국 우리금융 민영화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다.
벌써 이미 부실 매물로 지적된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이 남을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 본체인 우리은행 매각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흘러나온다. 우리은행은 우투증권보다 덩치가 커 더 단독 매각도 버거운 대상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패키지 매각을 풀 경우에 더 챙길 수 있는 추가 금액이 과연 실리인지도 의문이다. '원칙이냐 실리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다. 원칙이 무너지면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 전체에서 실리까지 놓치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법적 분쟁 가능성이나 앞으로의 다른 매각을 고려할 때 애초 규칙에 따라 팔아야 한다"며 "고깃국에서 고기만 건져낸 다음에 파하고 콩나물은 어떻게 팔 것이냐"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