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테스트의 세미텍 인수 등 업계내 논의 활발
[뉴스핌=정경환 기자] 반도체 부품장비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커 신규 업체들의 진입이 쉽지 않자 기존 업체들이 합쳐 덩치를 키우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후공정 중 테스트 전문업체인 아이테스트는 패키징 전문업체인 세미텍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테스트는 지난달 15일 세미텍 지분 34%(350만주)를 인수키로 했다고 공시했으며, 이달 말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아이테스트는 이번 인수를 통해 반도체 후공정 턴-키(Turn-Key) 솔루션을 구축하고 영업 다각화로 시장 지배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미텍 인수는 대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덩치 키우기의 일환"이라며 "우리 업계도 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원익아이피에스(IPS)는 2010년 아이피에스를 합병한 아토가 모태인 회사다. 아토의 반도체사업 부문 외에 아이피에스에서 진행해 온 LCD, 태양광, LED 장비사업을 통합해 규모를 키웠다.
이들 외에도 몇몇 업체 간 인수합병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사자들은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업계는 설비투자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생산설비(CAPA)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인수합병으로 대형화하면 수주를 일괄적으로 받는 등 유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반도체 후공정 산업은 패키징 시장이 약 1조 원, 테스트 시장은 약 4000억 원 규모다. 이를 감안하면 아이테스트는 세미텍 인수로 1조 원 규모의 시장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행착오 없이 확보하게 된다.
아이테스트 관계자는 "대만 등 외국에서도 후공정 분야는 대체로 통합되는 분위기"라며 "특히 대만 업체들은 20여 년 전부터 규모를 키우기 시작해 패키징과 테스트를 모두 취급하면서 성장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1위 업체 에이에스이(ASE) 역시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는 방법으로 현재 연 매출만 4조원에 이르고 있다.
한편, 부품장비업체들의 인수합병과 대형화는 원청사인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 전방 대기업에 맞설 협상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라며 "후방업체들의 덩치 키우기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