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금 매입에 앞장섰던 러시아를 필두로 글로벌 중앙은행이 잇달아 ‘팔자’로 돌아서 주목된다.
가뜩이나 뚜렷한 약세 흐름을 보이는 금값이 더욱 강한 하락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
2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 9월 1년만에 처음으로 금을 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1만2000온스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이후 러시아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매입 물량 가운데 3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중앙은행의 지난달 ‘팔자’에 시장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의 이머징마켓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의 분산 투자를 위해 금을 사들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연간 상승을 기록한 금값이 연초 이후 20% 가까이 떨어지자 저가 매수하려는 의도도 한몫 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이 저조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 매입을 축소할 경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금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연초 이후 지속된 금값 하락과 월가 투자은행(IB)의 비관적인 전망도 중앙은행의 매도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헤르메스 커머디티의 조셉 머피 애널리스트는 “금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이보다 채권이나 주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은 금 매입 규모를 34%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사자’를 지속했던 중앙은행의 행보다 뚜렷하게 바뀐 셈이다.
IMF에 따르면 연초 이후 8월 말까지 중앙은행의 금 보유 규모는 620만온스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60만온스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H.C. 웨인라이트 앤 코의 제프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올들어 중앙은행의 전략 변경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 것”이라며 “변동성 높은 금값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티베리우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토프 에이블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은행의 금 매수 열기가 꺾인 상황에 금값이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개인 투자자든 중앙은행이든 투자자들이 일정한 추세 없이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