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의 달러화 부채가 최근 수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가뜩이나 금융권 부실자산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부실 여신이 증가할 경우 선진국 금융시스템에도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얘기다.

28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민간 기업과 금융권의 달러화 표시 부채가 최근 4년 사이 세 배 이상 급증, 약 9000억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규모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금융시스템을 커다란 위기에 빠뜨리는 데 충분한 수치라고 BIS는 경고했다.
이날 분석 보고서에서 BIS는 “지난 3월 기준 중국의 달러화 표시 부채가 8800억달러로 집계됐다”며 “4년 전 2700억달러에서 세 배 이상 불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민간 기업의 달러화 자금 조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부채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다.
국가별로는 영국 은행권의 비중이 25%가량으로 가장 컸다. 영국 은행의 중국 여신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그밖에 유럽 은행의 비중은 32%에서 14%로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해외 부채의 81%가 달러화 표시 채무이며 유로화와 엔화가 각각 6%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경우 달러화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1997~1998년 발생했던 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커다란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아시아 지역의 위기 역시 연준의 갑작스러운 긴축으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서 촉발됐다는 것이 BIS의 판단이다.
BIS는 “중국의 금융시스템 불안정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출구전략’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주요국에 커다란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B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외환보유액의 예대율이 2005년 100%에서 최근 200%로 늘어났다.
이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가려내기는 어렵지만 통화 스왑과 신용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BIS는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기업의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 증가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신용은 최근 5년 사이 GDP 대비 125%에서 200%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