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0%로 낮춘 조치일 뿐, 정책 자체 폐지 아니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브라질채권 거래에 부과되는 '토빈세'가 다시 도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 브라질 당국이 토빈세를 없앴지만 이는 세율을 0%로 낮춘 조치며 정책 자체를 폐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여전히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기간 세율의 상향 조정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는 이런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연구위원은 "토빈세를 폐지했다기보다 적용 세율을 0%로 바꿨다고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 세율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시기를 봐서 세율을 올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아직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이 금융거래세에 대한 입장을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훈 연구위원은 "브라질의 금융거래세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한다"며 "현재 사실상 금융거래세가 폐지된 것이지만 세율을 0%로 만들어서 다시 도입할 수 있는 여지는 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는 도입해서 꾸준히 일관성을 갖고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브라질은 이번 세율 0% 조정으로 향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3월, 브라질 정부는 외국인의 채권 거래자금에 1.5%의 세율 적용을 신설했다가 같은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용경색이 나타나면서 이를 폐지한바 있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브라질 금융 시장이 외국인 투기 자본으로 다시 과열되자 이듬해인 2009년 10월, 외국인이 투자하는 자국 주식 및 채권 자금에 2%의 금융거래세를 다시 부과했다. 이어 2010년 10월에는 두번의 인상을 통해 채권에 대한 세율을 6%까지 올렸다.
하지만 3년 후,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브라질 정부의 입장이 달라졌다.
올해 6월, 귀도 만테라 브라질 재무장관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채권 투자 자금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의 세율을 6%에서 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어 외환 파생상품에 부과하던 1%의 세금마저 없앴다.
미국이 그동안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둔화됐고, 경상수지 적자기조가 이어지며 급속한 헤알화 약세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의 연내 시행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한동안 브라질의 금융거래세 상향 조정의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이전에 시장 상황에 따라 세율을 상향 또는 하향 조정했던 브라질의 행보를 고려할 때 시장의 안정이 장기화되면 또다시 세금 부과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어 보인다.
KDB대우증권 이지연 연구원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으로 미뤄 볼때 당분간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정책이라는 것이 답은 없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가능성은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