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람직한 조직문화 토의 위해 작성된 것일 뿐" 해명
[뉴스핌=함지현 기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4일 삼성그룹이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한 '노조 와해' 문건을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 의원이 이날 공개한 151쪽짜리 '2012년 S그룹 노사전략'(노사전략) 문건은 ▲2011년 평가 및 반성 ▲2012년 노사 환경과 전망 ▲2012년 노사 전략 ▲당부 말씀의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 설립 이전 단계에서 '노사 사고 예방을 위한 총력 대응체제' 구축을 위한 10개 과제를 결정했다. 노조 설립 시 대응책도 설립 신고 단계와 세 확산 단계, 교섭 개시 단계 등 3단계로 나누어 치밀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노사 사고 예방', 즉 노조 설립 저지를 위한 10개 추진 과제의 주요 내용 중에는 ▲'문제 인력' 노조 설립 시 즉시 징계를 위한 비위 사실 채증 지속 ▲임원 및 관리자 평가 시 조직 관리 실적 20~30% 반영 ▲노사협의회를 노조 설립 저지를 위한 대항마로 육성 ▲비노조 경영 논리 체계 보강 ▲동호회 활동 독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조 설립 예방을 위한 핵심은 '빈틈없는 현장 조직 관리' 등을 통한 '부진, 문제 인력에 대한 지속적 감축'이다. 승격 누락, 하위 고과자 등 문제 인력의 재분류를 통해 '활용 가능자'는 '우군화'시키고, '활용 불가자'는 '희망퇴직과 취업 알선'을 마련하는 것으로 돼 있어 사실상 쫓아내는것 이라는 게 심 의원의 설명이다.
삼성은 이 같은 예방 전략 수립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설립될 경우를 대비해 조기 와해, 고사화 추진, 단체 교섭 거부, 노조 해산 추진, 조기 와해 불가 시 친사(어용) 노조 설립 후 고사화 추진 등 대응책도 마련했다.
또한 기존 노조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서 노조가 생겼을 때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각 경우는 다시 설립 신고 후 1주일까지 '설립신고 단계', 이후 1개월까지 '세 확산 단계', 그 이후를 '교섭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 노조 와해와 고사화 작전을 촘촘하게 짜놓고 있다고 심 의원은 밝혔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각각의 경우에 맞는 '맞춤형 교섭 전술'을 짜 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섭을 최대한 지연하면서 필요하면 불법 행위를 유도한 후 검찰에 대한 고소와 고발, 고액 손해배상과 가처분 신청을 통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식이다. 노조의 제소에 대비해 "법률 전문가를 선임 후 반드시 승소"해야 한다는 부분도 명기 돼 있다.
심 의원은 "그동안 삼성그룹의 무노조 전략을 위한 수많은 불법·편법 의혹이 제기됐으나, 실체가 알려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삼성의 경우 노조 와해를 위해 온갖 탈법과 불법적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공식블로그를 통해 "고위 임원들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며 "종업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이 있으면 이를 바로 잡아 조직 분위기를 활성화하자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