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나 기자]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야 할 증인들의 ‘해외 출국’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 오너나 CEO들이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해 이런 저런 이유로 해외출장을 가는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정감사가 14일 시작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 도성환 사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로 취임 5개월을 맞는 도 사장은 지난 5월 영국계 유통업체 테스코를 모기업으로 둔 홈플러스 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 그는 이번 국감을 앞두고 3개 상임위에서 출석을 요구 받았다. 정무위(10월15일) 환노위(10월15일) 산자위(11월1일) 등이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15일에 열릴 국감에 도 사장이 미국 출장 때문에 불참한다고 국회에 전달했다.
홈플러스측에 따르면 도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학교가 경영대학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16일(현지시간) 마련하는 홈플러스데이’에 참석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국감일정과 겹쳐서 국감참석 연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보스턴대는 도 사장 취임 직전 홈플러스를 14년간 이끌던 이승한 회장이 현재 머물며 연구를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업계는 이를 둘러싸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미국 출장은 도 사장이 잇따라 국회로 불려나가게 되자 급작스럽게 짰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사장 주변에서도 출장을 위해 다급하게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출장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두세달 전에 잡혀진 일정”이라며 “이승한 회장이 10월말 연구과제를 정리하는 과정에 (도 사장의 출장) 일정이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국정감사는 어떤 이슈가 다시금 불붙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올들어 갑(甲)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행위를 일컫는 ‘갑을(甲乙) 논란’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일부 기업들이 도마에 올랐고 홍역을 치렀다. 이번 국정감사도 갑을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기업들은 그 어느 국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감을 예전처럼 특별한 부담없이(?) 대응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버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해 국감에서 유통재벌 4인을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이들은 불출석 했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해외출장 등 이런저런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고 법원은 이들을 전원 정식재판에 회부,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홈플러스 도 사장의 해외출장이 해외 현안처리를 위한 불요불급한 일정이었기를 기대한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