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 만에 추락한 건 '내수' 스토리 한계
[뉴스핌=주명호 기자] 인도네시아의 경제 불안이 심상치 않다. 미국의 국채매입 축소 시사 이후 신흥국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았던 인도가 점차 회복 신호를 내보이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침체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최근 전문가들 또한 가장 신흥국 중 가장 불안정한 국가로 인도네시아를 꼽으면서 90년대 말에 이어 인도네시아발 금융위기가 나타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인니 정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연달아 경제·금융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 떠오르는 별에서 최대 경제불안국으로…불과 반년 만에 '추락' 브릭스를 뒤를 잇는 신흥국 신조어에는 인도네시아가 빠지지 않았다.
불과 올해 초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브릭스(BRICS)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신흥국으로 각광 받아왔다. 믹트(MIKT), 비스타(VISTA), 시베츠(CIVETS), 이스트밤(ISTVAM) 등 브릭스 이후 나타난 새로운 신조어에 인도네시아의 이름은 항상 언급됐다.
당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인도네시아를 필리핀과 함께 '떠오르는 별(Rising Star)'로 묘사했다. 2010년 4분 이후 6%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해왔을 뿐더러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산업과 중산층 확대 전망이 인도네시아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에 국채매입 축소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면서 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증시는 급락세를 몇번이나 거듭하며 약세장으로 추락했고 루피아화도 달러화 대비 가치절하를 이어갔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은 4년래 최고 수준을 나타내 불안감을 가중시켰으며 2년 전만해도 흑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뒤 그 폭을 가파르게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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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도 미 양적완화 여파에 약세장을 경험했다. <그래픽: 송유미 미술 기자> |
급속한 추락과 더불어 이 여파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 데는 국가 경제의 체질 변화를 제때 마무리 짓지 못한 까닭이 크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는 2억 5000만 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시장 개발 및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수출의존도를 낮출 만한 변화를 이루진 못했다.
오히려 긴축정책으로 선진국들의 수요가 급감하고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세를 보이면서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 2분기 인도네시아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98억 달러로 GDP대비 4.4%를 기록했다. 1분기 적자가 GDP 대비 2.6%인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분기 만에 적자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무역수지 적자로 루피아화의 가치도 하락세가 가속도가 붙었다. 루피아화 하락세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시작됐다. 2012년 5월 인니 정부가 도입한 광물수출세로 외자유출이 늘어나면서 루피아화의 하락 추이는 탄력을 받았다. 무역적자와 더불어 미 양적완화 축소 우려까지 겹치자 루피아화는 바닥 없는 추락을 지속해 달러/루피아는 사상 최저치인 11520루피아까지 기록했다. 올해 1월 9700루피아 수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8% 가까이 절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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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아 환율 절하는 2011년 중반부터 시작됐다. <출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 인니정부, 잇달아 정책 발표에도 효과는 '미미'…외부 요인도 겹쳐 악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12일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깜짝 인상해 7.25%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4번째 인상이자 이번까지 총 1.25%bp가 불과 3달만에 인상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루피아화 가치하락을 방어하고 물가상승 압력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지만 금리인상이 짧은 기간 안에 4번이나 이어졌다는 점은 그만큼 정책의 효력이 적었다는 방증이 된다.
실제로 인상 기간 또한 루피아화는 계속해서 절하됐으며 물가상승률 또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인니 중앙통계청(BPS)에 따르면 8월 물가상승률은 8.79%를 기록해 직전월 7월 8.61%에서 소폭 상승했다.
더불어 중앙은행(BI)은 환율 방어로 감소한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달러스왑 판매를 실시했지만 낙찰자 부재로 판매에는 실패했다. 이에 정부는 달러화표시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를 발행(15억 달러)해 달러 보충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한 2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을 위한 물밑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의 부진한 효과 외에도 대내외적 불안 요인들까지 인도네시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8월 금식월 라마단 이후 시작된 '이드 알 피르트' 축제를 앞두고 소비가 늘면서 무역적자는 더 심화됐다. 7월 인도네시아 무역적자는 23억 1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3배나 늘었다.
또한 지난 5일에는 노동조합 및 금속노조 등이 임금인상 요구 시위를 벌여 경제악화로 사회 불안이 가중된 모습을 보였다. 이보다 앞서 미스월드2013 대회의 인도네시아 개최를 두고 무슬림들이 거센 반발을 나타내면서 종교 갈등에 대한 우려도 나타난 바 있다.
◆ 인니 금융시장 언제까지 하락할까…투자 적기 놓고 의견 '양분'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시점은 언제로 잡아야 할까.
최근 들어 인도네시아 증시가 다소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금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할 적기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인니 증시 하락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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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증시는 8월 9%가량 하락했으나 9월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월초 대비 약 3% 오른 상태다. <출처 : WSJ MarketData> |
HSBC의 헤랄드 반 데 린드 아태지역 수석투자전략가는 9월 들어 인도네시아 주가가 전 달 하락분을 만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를 재방문할 좋은 근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금리인상은 통화 약세 방어를 위한 적절한 조치로 판단되며 가계 및 기업들의 부채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해 현재가 투자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아직 증시가 회복세로 전환하기엔 멀었다는 분석도 있다. 싱가포르 CIMB증권은 "인니 주가가 현 경제상황에 비해 많이 하락한 감이 있지만 저점을 찍은 것은 아니다"며 하락세가 더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CIMB는 "잠재적인 시리아 위기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아직은 인니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기는 이르다"는 진단을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