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올해 66억 달러 손실 예상
[뉴스핌=주명호 기자] 유럽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이지만 자동차시장은 여전히 냉각상태다.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 및 중국에 비해 유럽은 여전히 침체된 수요가 자동차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6월 유럽의 자동차매출은 1996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수요가 계속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특히 서유럽 자동차시장은 6년 연속 감소세를 지속해 124만 8000대로 수요가 급감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올해 유럽 자동차 수요가 최근 20년 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피아트, 푸조-시트로앵, 포드, 제네럴 모터스(GM)의 손실이 총 66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중 포드와 GM은 작년부터 매출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신흥시장에 의존해 적자를 상쇄해왔던 기업들도 이제는 난관에 봉착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브라질과 러시아시장에 의존해왔던 피아트와 르노는 이 두 시장의 수요 증가세가 추진력을 잃으면서 이를 통한 손실 메꾸기가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이들기업들의 신용등급도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고 무디스는 경고했다. 무디스의 폴크 프레이 연구원은 "유럽상황이 내년까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관건은 이들 기업들의 유동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피아트의 신용등급은 Ba3(BB-), 푸조는 B1(B+)로 최근 몇 년 사이 연거푸 하향조정 당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무디스의 평가에 동의하고 있다. 글로벌 오토모티브 센터(GAC)의 아닐 발샌 수석연구원은 "적어도 올해까진 유럽시장 회복세를 보기 힘들 것"이라며 "실질적인 매출 성장은 2014년 중반이 넘어서야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IHS 글로벌인사이트의 콜린 코치먼 자동차부문 애널리스트도 4일 CNBC방송에서 "원래 여름이 자동차 매출경기가 안 좋은 시기이지만 8월 유럽 자동차 매출은 옂ㄴ히 저점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CEA는 이달 17일 7, 8월 유럽지역 자동차 매출 통계를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코치먼은 무디스나 다른 분석가들보다는 덜 비관적인 전망도 곁들였다. 그는 영국과 북유럽시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럽은 하나의 시장만 있는 게 아니다"며 여러 시장을 함께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한편, 무디스는 올해 유럽의 자동차 매출이 전년대비 3% 증가한 1284만 5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전 5% 증가 전망을 하향조정한 수치로 스페인, 이탈리아 및 프랑스 시장의 수요 급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국 및 미국 자동차시장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조정됐다. 중국 자동차 매출은 올해 10% 증가한 2100만 200대를 기록할 것으로, 미국 또한 올해 8.7% 증가한 1575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세계 전체로도 이들 시장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3.2%, 내년 4.8%씩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고 무디스는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